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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Dec 05. 2021

더욱 지켜야 하는 것

말씀 쿠키 153


더욱 지켜야 하는 것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 많아요. 가족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돈을 지키고 건강한 삶을 위해 먹거리를 지키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지켜요. 약속 시간을 지키고 해야 꿈을 이루기 위해 루틴을 만들고 지켜요. 이런 모든 것보다 더욱 지켜야 하는 것은 마음이라고 해요.     


마음을 지킨다는 것 참 어려운 것 같아요. 


항상 평화롭고 온유하고 행복한 마음이면 좋겠는데 순간 욱하는 감정이 올라오기도 해요. 주말에는 24시간 일곱 명의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더욱 제 마음을 지키기가 어려워요. 사춘기 아이들이야 자기 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거나 웃으며 말해도 받아들이는데 미취학 아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말하고 돌아서면 또 같은 행동을 해요. 


사내 녀석들이다 보니 뛰고 장난치고 싸움 놀이하고 집안이 들썩들썩할 때가 많아요. 아파트 같으면 층간소음 때문에 쫓겨나겠다고 블록이나 책을 가지고 조용히 놀라고 하지만 블록으로 무기를 만들어 또 싸움놀이를 해요.


마음의 평화는 깨지고 목소리가 높아져요. 코로나19로 체험학습을 나가는 것도 어렵고 날씨가 추우니 밖에 나가서 노는 것도 잠시고 해서 어제는 은행 까는 것을 체험학습으로 했어요. 씻어서 말려둔 은행을 은행 까는 펜치에 넣고 깬 다음 알맹이를 꺼내 모으는 일이에요. 잘 까서 냉동실에 넣어 놓고 한 줌씩 넣어 밥을 하면 온 가족이 건강식을 먹게 되니 일석이조예요.


껍질은 이리저리 튀고 힘 조절을 못해서 완전 박살 나는데 아이들은 그 상황이 재미있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서로 경쟁하듯 열심히 은행 알을 깨뜨려요. 잠시나마 평화가 찾아온 순간이에요.     


무릇 지켜야 하는 것 제 마음이에요. 주변 상황이 도와주어야 가능한 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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