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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Dec 27. 2021

아무리 좋은 것도

말씀 쿠키 153


아무리 좋은 것도     


배부르면 아무리 좋은 것 맛있는 것이 있어도 손이 가지 않아요. 요즈음 세상에 굶주리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데 네이버 해피빈에 올라오는 사연은 가슴을 먹먹하게 해요. 사연마다 도움을 주고 싶지만 제가 돌보는 아이들을 위해 몸과 마음과 제가 가진 것을 내어주어야 하는 삶이라 선뜻 손 내밀지 못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날마다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에 글을 쓰고 받는 해피콩을 모아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보내요. 아주 적은 금액이라 가정이 회복되고 상황이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 담아보네요.


크리스마스가 되면 여기저기에서 마음을 담은 선물이 도착해요. 소규모 시설이고 간판도 없고 잘 알려지지 않아 많지는 않아도 입소문을 타고 오는 단체나 기업들이 있어요. 이때 선물의 종류가 어떠냐에 따라 두배로 감사하기도 하고 시큰둥하기도 해요. 특히 옷이나 신발은 사이즈와 취향이 다양해 후원을 받아도 나누기가 어려워요. 얼마 전 한 기업에서 신발을 보내왔어요. 기관마다 커다란 박스가 착불로 도착했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도저히 신을 수 없는 디자인의 신발이어서 폐기 처분해야 하는 기관이 많았어요. 저희 집에는 230cm의 운동화가 와서 사이즈 맞는 아이가 없어 모두 장애인을 지원하는 재단에 다시 보냈어요.


아무리 좋은 것도 내 몸에 맞아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맛이어야 먹어요. 편식이 심한 아이가 밥상 앞에서 먹을 것이 없다고 밥그룻에 젓가락을 콕콕 찍으며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밥그룻을 뺏고 싶어요. ‘배고프면 모든 것이 달고 맛있는 거야. 먹을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은 배가 안 고프다는 이야기이고 먹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점심은 안 먹을래요’ 하고 들어가라고 해요. 억지로 한두 수저 먹다가 남기면 모두 버려야 해서 오늘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이 밥이 없어 굶어 죽어가는 아이가 있다고 음식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함부로 버리지 않기를 얘기하는데 얼마나 기억에 남아 삶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어요. 


아무리 좋은 것도 취향이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아이들을 탓하기에는 세월이 너무나 많이 

변한 것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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