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독본 365
자유로움
많은 사람에게는 자유로움이 좋은 것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요. 몸은 자유 로우나 영혼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있고 몸은 구속당하여 묶여 있으나 영혼은 자유로운 사람도 있고 몸은 자유롭지만, 영혼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크게 범죄를 저지르거나 장애가 있지 않으면 몸은 자유롭게 살 수 있어요. 내가 원하는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알콩달콩 살 수 있고 먹고 마시고 즐기며 나만의 방법으로 삶을 엮어 갈 수 있어요. 몸이 자유롭다고 영혼이 자유로운 것은 아니에요. 노령 인구가 늘어나고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외로움으로 고독 사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어요. 일본에서는 외로움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고 스스로 교도소에 들어가는 어르신들이 있다고 해요. 혼자 있는 것보다 갇혀 있으나 교도소에서 나오는 따뜻한 밥을 먹으며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몸이 자유로움을 억압당한 사람보다 영혼이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더 안타까워요. 지금은 고인이 되신 큰 형님은 음식을 만들 때 시어머니께 일일이 물어봐서 했어요. 나물 하나 무치는데도 ‘어머니 소금 이만큼 넣을까요? 어머니 고춧가루는 이 정도면 될까요?’ 물으며 하는데 속이 터지는 것 같았어요. 저는 제 맘대로 이것저것 양념을 넣어서 무친 다음 ‘어머니 한번 드셔 보세요. 간이 어떠세요?’라고 물으니 큰 형님은 젊은 애가 당돌하다고 야단을 치셨어요.
억압당하며 지시하고 명령하는 것에 익숙해진 아이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황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해요. 어떤 엄마는 엄마 말 잘 듣고 순종적인 아이를 착한 아이라고 해요. 착한 아이로 자란 어른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억압하며 착한 아이로 살다 힘들고 지쳐 주저앉기도 해요.
2021년에 만난 일곱 살 준이는 착한 아이예요.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고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려요. 그런데 자유롭게 놀라고 하면 뭘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서 울먹이며 뭘 해야 하느냐고 물어요. 3살 때 사회복지 시설에 맡겨졌다 학령기가 되어 전원 되어 온 준이는 또래 친구가 때려도 왜 때리냐고 맞서지 못해요. 타고난 성품이 여리고 순하다 보니 시설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사는 것에 익숙해진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즐거운 집에서는 지시하고 명령하기보다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일이 많아요. 제가 자유로운 영혼으로 성장해서 아이들도 그렇게 양육하는 것 같아요. 자유로움이 주어졌을 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주 양육자가 어떻게 양육했느냐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7년 동안 지시하고 명령받는 것에 익숙해진 준이가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자유롭게 놀이를 선택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 날이 속히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