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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Feb 10. 2023

그룹홈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골든타임은 언제인가?

2022년 11월 8일 열린 아동.청소년 복지 포럼 '아이들의 골든 타임'


그룹홈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골든타임은 언제인가?     

지금 이 순간이 골든타임이고 적기라는 생각입니다. 

아이와 처음 만났을 때

아이의 문제 행동을 처음 보았을 때

아이가 도움을 청할 때

그때 즉각적인 반응을 하되 부드럽고 따뜻하게 아이와의 관계 맺기로 시작해야 합니다.

순간을 잡지 못하면 이 순간은 지나가고 돌아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돌이킬 수도 없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상처받은 아이에게는 어른에 대한 신뢰가 없어 경계하고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관계 맺기를 통해 마음을 열고 다가오게 해야 합니다. 억지로 다가가 마음을 열려고 하면 아이는 더욱더 마음을 단단히 잠그고 열어주지 않습니다.     

[야누시 코르차크의 아이들]의 저자 코르차크는 나치의 학살이 절정에 달했던 1942년 8월 6일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고 돌보던 고아들을 이끌고 의연히 죽음의 수용소로 향하는 트레블링카행 열차를 탔습니다. 

아이에게는 야누시 코르차크 같은 한 사람이 필요하고 그런 사람을 만난 순간이 바로 골든타임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묻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진로 지도’ 또는 ‘자립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무엇인가 하기를 강요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평생 살면서 몇 개의 직업을 가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한 가지 직업에 평생 몸담고 있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한 우물을 파는 것이 답이었던 시대는 지났으니까요     

다만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는 결정할 수 있습니다..

대추 대충 살다 대충 죽을 것인가

아무렇게나 살다 아무렇게나 죽을 것인가

생각 없이 살다 생각 없이 죽을 것인가

무시당하며 살다 무시당하고 죽을 것인가

존중받고 인정받는 사람으로 살다 존중받고 인정받는 사람으로 죽을 것인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 물어보면 100% 존중받고 인정받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존중받고 인정받는 사람인지 물어봅니다. 아이가 알고 있는 존중받고 인정받는 사람과 선생님이 알고 있는 존중받고 인정받는 사람이 다를 수 있고 선생님이 알고 있는 인정받고 존중받는 사람과 다른 사람이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람이 다를 수 있습니다.

자의식을 해체하고 아이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며 아이가 스스로 인정받고 존중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응원하면 아이는 궤도 수정을 통해 자기 길을 찾아갑니다.

조금 느리고, 조금 더디고 , 조금 부족하지만 믿고 지켜보며 기다려주면 되는데 정해진 시간 안에 결론을 얻으려고 하다 보니 아이를 다그치게 되고 관계가 나빠지고 골든타임을 놓쳐서 안 되는 아이라고 치부하게 됩니다.      


한 아이가 오면

그 아이의 바람직하지 않은 습관과 문화가 같이 옵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지적하고 바꾸려고 하면 정말 어렵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은 것이 뼛속까지 기억되는 문화이고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좋은 경험, 긍정적인 경험 따뜻한 경험을 덧입혀주고 그 층이 두터워지면 아이는 변하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살아온 세월만큼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하루아침에 되지 않고 한 술 밥에 배부르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끝까지 아이를 믿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아이를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양육하는 그 시간이 골든타임이고 적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습관 위에 쉽고 가벼운 다른 습관으로 덧 씌워야 합니다.

쉽고 가벼워야 지속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다른 습관을 덧씌우고 그 층이 아주 두꺼워져야 옛 습관이 뚫고 나오지 못합니다. 습관을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자꾸만 그 습관에 집중하면 벗어나기가 힘들고 집착이 되다 못해 강박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고집을 부릴 때 얼른 다른 것으로 관심을 돌리면 ‘훅’ 다른 것에 관심이 가서 고집부리고 떼쓰는 것을 멈추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벼운 습관을 덧 씌워갈 수 있을까요?     

1. 가장 먼저 말을 바꾸어야 합니다.     

다섯 살에 만난 현이는 뭐든지 자기가 중심입니다. 자기 생각이 옳고 다른 사람 생각은 틀리며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해야 하고  남의 것 내 것 구분하지 않고 만지고 싶으면 만져야 하고 망가트려도 죄책감이 없습니다. 

현이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남의 것과 내 것을 구별하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남의 물건 만지지 않기’를 구호로 남의 것과 내 것을 구별하게 했습니다. 그러자 누구 것인지 이름이 쓰여 있지 않은 것은 만지고 해체하고 누구 것인지 몰라서 그랬다고 해서 말을 바꾸었습니다. 

‘네 것만 만져라’였어요

 ‘네 것만 만지고 네 것이 아니면 만지지 마라’였는데 3년이 지난 지금은 몸으로 기억하고 행동하는 아이를 봅니다.     


2.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지우는 소위 말하는 문제아입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담배를 피웠고 차량 절도로 연루되어 경찰 조사를 받는 등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며 학교는 무단결석을 밥먹듯이 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한 학기 다니고 학교가 싫다고 나와 검정고시를 준비하다 힘들다고 다시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습니다. 주변에서는 같이 생활하는 다른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전원조치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지만 한 아이를 위해 이 일을 하겠다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한 것이 기우에게는 도움이 되었고 포클레인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교를 졸업하여 자립했으며 성실하게 잘 살아내고 있습니다. 주변의 권면에도 포기하지 않는 결과입니다.     

3. 쉽고 가볍게 시작해야 합니다.

5학년에 만난 환이는 무기력증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아이였습니다.

과자와 라면만 먹고 밥은 고기가 있어야 먹고 자기가 사용하는 물건 하나 정리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말이 굉장히 공격적이었습니다. 먼저 환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얼마나 상하게 하는지 알도록 흉내 내어 들려주고 녹음해서 들어보자고 했습니다. 그다음은 무엇이라도 시작하도록 하기 위해 좋아하는 컴퓨터에 관심을 갖도록 했는데 자판을 치는 것이 완전 독수리타법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5분 자판연습을 하면 간식을 먹을 수 있고 나머지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더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간식을 먹기가 미안했는지 자판연습을 시작해서 2년이 지난 지금은 분당 500타가 넘어가고 언어가 바뀌었으며 일러스트를 배우고 있습니다.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좋아진 것은 덤입니다    

 

4. 아이의 나이가 아닌 현재 상황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준이 형제는 조금 부족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발달이 느린 아이인 줄 알았으나 느려도 너무 느렸어요. 영아원에서 전원 되어 온 아이들이라 종합심리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받았는데 형준이 아이큐가 55로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한글은 알아야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모든 에너지를 한글교육에 집중해서 1년 만에 책을 어느 정도 읽게 되었습니다.

동생 준이도 벽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한글 입력이 안되고 상황인지가 안되어 집중적으로 한글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준이 형제는 다섯 살 일곱 살에 왔는데 아이들이 많아 개별지도가 어려운 영아원에서 더구나 학령기가 되면 전원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룹홈으로 전원 된 것은 적기에 이루어졌고 한글지도를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골든타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5. 끝까지 믿어야 합니다.

현이도, 지우도, 환이도, 준이 형제도 끝까지 믿고 시도했기 때문에 변화가 가능했고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변화되기를 강요하지 말고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교육과 양육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순간의 삶을 골든타임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 시간들이 쌓였을 때 아이는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길게 보고 호흡을 조절하며 끝까지 함께 하는 양육자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간입니다.     

그룹홈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골든타임은 지금, 여기, 이 순간입니다. 


일상에 밀려 발행하려고 써 놓고 발행하지 못했었어요

아이들의 골든타임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발행해요

아이를 양육하는데 골든 타임은 지금, 여기, 이 순간이라는 것을 늘 기억하며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양육하려고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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