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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Sep 03. 2023

이런 행동을 사춘기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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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이는 중 3입니다. 

5학년 때 아동학대로 긴급분리되어 쉼터에서 보호받다 저희 집으로 왔으니

벌써 5년이 되었습니다.

처음 왔을 때의 환이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싫어할 만큼 심한 무기력증으로

방에 틀어박혀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하루 5분으로 시작한 타자 치기가

효과가 있어 독수리타법에서 손가락이 자판 위를 날아다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거기까지가 한계일까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컴퓨터 학원을 보내 컴퓨터 활용능력부터 엑셀, 파워포인트까지 배우도록 했지만

억지로 끌려다니듯 학원에 다니며 겨우 기본만 배우고 자격증 취득까지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중3이 되면서 학원에 가는 날보다 안 가는 날이 많아 중단시키고

고등학교를 어디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달라지니 

내신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시내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외각으로 빠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많았는데 진학담당 선생님과 상담한 결과

다행히 시내권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은 가능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문제는 환이가 사는 곳은 즐거운 집그룹홈이라는 아동청소년(남아) 7명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생활가정입니다.

그런데 뭐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 하는 경향이 더욱 세지고 있습니다.

식사 시간에 밥을 먹지 않고 중간에 나와서 라면을 끓여 먹고

모두가 잠든 시간에 나와서 냉장고를 뒤적여 떡볶이를 해 먹고 

그리고 설거지를 해 놓지 않아 잔소리를 했더니

설거지를 해놓기는 하나 싱크대는 난장판입니다.


주중에는 야간선생님이 남자 선생님이고 카리스카가 있어

밤 8시 이후 휴대폰 반납하고 한 시간 정도 공부한 후 잠자리에 드는데

주말에는 휴대폰은 개인 용품이라 제한하지 않고 노트북만 제한했는데

그것도 새벽 1시까지는 반납하는 것으로 약속했으나

점점 약속을 지키지 않더니

지난 토요일 아침 6시까지 노트북을 켜 놓고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잠이 든 것 같아

노트북을 치웠는데 깊은 잠이 들지 않았는지 따라오더니 캐비닛에 넣는 것을 보고

시팔이라고 하며 나갑니다.

약속을 안 지키는 경우 하루 노트북 사용을 금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져 있어

캐비닛에 넣는다는 것은 하루 사용을 금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어떤 말을 해도 쳐다보지도 않고 투명인간 취급합니다

저 또한 무시하고 내버려 둘까 하다가


나는 네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키도록 했는데

쌍욕을 할 만큼 싫다면 약속을 파기하고 네 인생 네가 알아서 살도록 내버려 둘까 고민하게 된다

내가 여기 있는 의미가 뭘까와 충돌하여 갈등을 느끼고 있으나

스트레스받아가며 이렇게 질질 끌고 갈 필요가 있을까

그렇다고 행동이 변하거나 그렇게 잘 가르쳐줘서 감사하다고 할 것도 아닌데

난 뭘 위해서 이렇게 하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행동을 사춘기니까 그럴 수 있다고 보아야 할까요?

아님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주고 기다려줘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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