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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Mar 31. 2024

간섭과 관심은 어떻게 다를까?

질문으로 푸는 톨스토이 인생독본

간섭과 관심은 어떻게 다를까?


남의 걱정거리로부터 너의 마음을 지켜라. 너와 상관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라. 그러기보다는 자신을 바로잡고 자기완성의 길을 바르게 나아가도록 노력하라 -성현의 사상-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는 말은 자라면서 수도 없이 듣고 자랐고 또 지금 제가 양육하는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순종적인 아이였던 저는 어른들의 말씀에 따라 나와 상관없는 일에 눈길도 주지 않고 제 일만 열심히 하는 아이로 성장했어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저를 형제들은 이기적이라고 했고요. 덕분에 아이들을 양육할 때도 지시하고 명령하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 편인데 예외가 있어요. 바로 자기 일도 제대로 못 하면서 남의 일에 간섭하는 모습이 영 눈에 거슬려서 잔소리를 하게 되는 거예요.


우리는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을 오지랖이라고 해요. 유난히 오지랖이 넓은 아이가 있어요. 다른 사람의 모든 일을 간섭하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바로잡으려고 하지요. 대상이 누구이거나 상관없어요. 자기 또래이거나 동생이라면 화를 내며 끝까지 바로잡으려고 하다 싸워요.


예를 들면 자기보다 2년 정도 뒤에 즐거운 집에 온 일곱 살, 다섯 살 형제가 있어요. 발달이 조금 느리기는 하나 착한 아이들이에요. 그 아이들이 조금 큰 소리로 웃고 장난치면 거실 너머에 있는 자기 방에 있다가도 나와서 조용히 하라고 야단을 쳐요. 그 말을 형제가 듣지 않고 장난을 멈추지 않으면 마구 화를 내면서 발을 구르고 목소리를 높여요. 그렇다고 자기는 항상 조용한 것도 아니에요. 기분이 업 되어 놀 때는 더 크게 소리 지르고 웃고 하는데 못 느끼나 봐요.


저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거야. 너도 소리 지르고 웃고 떠들 때 많잖아. 지금은 엄마가 있으니 지나치게 소란스럽다고 느끼면 멈추라고 할 거니까 네 방에 들어가서 네 할 일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라고 하지요. 당연히 그냥 들어가지 않아요. ‘너무 시끄러워서 못 놀겠잖아요.’라고 저에게 화난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요. 일곱 살 아이가 그래요.


오지랖이 넓은 것을 간섭이 아닌 관심으로 승화시킨 사람들도 있어요.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해결해 주는 비즈니스가 간섭을 관심으로 승화시키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너 왜 그러니? 가 아니라 '내가 도와줄게 이렇게 해봐'라고 친절하고 따뜻한 관심으로 다가오는 거죠


소비자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너 왜 그러니?'라고 하면 방어기제부터 작동하지만 무엇이 문제야? 내가 도와줄까?라고 진심으로 다가오면 마음의 빗장을 풀게 돼요. 기업과 소비자와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도 그래요. 누군가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기보다 자기의 프레임으로 나를 바라보고 그 프레임 안에 들어오도록 간섭하면 관계가 점점 멀어져요.


시민 동아리 '나리 클럽(나로 살기 리딩 클럽)'은 간섭이 아닌 관심에서 시작되었어요. 내가 나로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마음을 지켜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누군가 손을 잡아 주고 등을 밀어주며 도란도란 함께 걸으면 조금 더 쉬워져요. 제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나리 클럽'을 만들었어요. 제가 나의 길을 꿋꿋이 걸어오며 수많은 간섭과 싸워야 했거든요.


‘남의 걱정거리로부터 너의 마음을 지켜라. 너와 상관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라. 그러기보다는 자신을 바로잡고 자기완성의 길을 바르게 나아가도록 노력하라’는 성현의 사상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저희들에게 더욱 필요한 말 같아요. 간섭이 아닌 관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소통하며 내 비즈니스와 연결하는 것이 웹 2.0, 웹 3.0의 세상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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