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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Apr 21. 2024

시민 동아리를 포기한 모멘트

선택의 기준, 모멘트

2024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민동아리 사업 공모 공고가 떴어요

보는 순간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굿짹 안성 모임에서 독서모임을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제안을 했고 모두가 좋다고 해서 공모사업에 지원했어요


최소 인원이 10명이라 

저의 가족을 제외한 안성지역에 사는 책을 읽기 원하는 분들 10명의 서명을 받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서와 예산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면접 심사까지 통과하여 안성 시민동아리 진입기 단체로 선정되었어요


다음은

사업자 등록을 하고 

보조금을 받을 통장과 카드를 만든 다음

보템 e를 통해 보조금을 신청하는 단계까지는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어요

문제는 보템 e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었어요

즐거운 집그룹홈을 운영하며

사회복지정보시스템을 13년 동안 사용하고 

2023년부터 희망이음이라는 시스템으로 변경되어 

일부는 사회복지정보시스템에 자료를 입력하고

일부는 희망이음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어렵지 않고 적응해 가며 해왔기 때문에

지방보조금 사용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보템 e시스템도 

가볍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그런데 일반 시민이 사용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어요

카테고리도 찾기가 힘들고 

이해 안 되는 것을 찾아 해결하는 Q&A도 없고 일일이 담당자와 통화하며 해결해야 하는데

담당자도 배워서 하는 것이라 너무 힘들다고 해요

문제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당 3명이 로그인해서 대표, 실무자, 집행자의 역할을 해야 하고

보조금 신청할 때도 시스템상에 모든 자료를 입력하고 또 첨부파일로 넣어야 하는데

복붙도 안되고 실무자의 서명이 들어가야 하는데 

출력해서 서명받은 후 스캔해서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이라니....

.

즐거운 집 아이들과 4박 5일 역사기행 국토종단 가족여행을 다녀온 후 일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시민동아리 보조금 신청 서류를 보완하려다 이렇게 복잡한 일을 꼭 해야 하나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의 인생 모토는 쉽고 가볍게예요

무슨 일이나 쉽고 가벼워야 해요

제가 감당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면 보류하거나 포기해요

즐겁게 살아도 짧은 인생인데(암으로 수술하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은 것)

힘들고 어려운 일을 참고 견디며 하고 싶지 않아요

만약 꼭 해야 한다면 잘게 쪼게 쉽고 가볍게 만들어서 해요

기관 일도 하고 전국협의회 일도 하고 경기지부 일도 하고

개인적으로 책도 읽고 글도 쓰지만

모든 것을 작은 단위로 쪼게 쉽고 가볍게 만들어서 하는데

보템 e 시스템은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의 서류를 쉽고 가볍게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포기하기로 했어요

이미 나리클럽 회원들과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기대하며 기다리는 일인데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으나

힘들게 질질 끌고 가는 것보다

보조금 받지 않고 그냥 자유롭게 독서 모임을 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조금 받아 운영하는 시민 동아리 모임은 포기하는 것으로 안내하고 포기했어요

얼마나 가볍던지요


저의 선택의 기준이 되는 모멘트는

쉽고 가볍게 그리고 즐겁게 할 수 있는가예요


다른 분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택하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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