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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우리가 역사 속에서 배우는 것들

소리에게

by 나길 조경희
역사에서 배운다.jpg 드리미나로 그린 그림


오늘은 역사를 좋아하고 세계지도를 가지고 노는 것을 즐기는 너에게 엄마가 생각하는 역사에 대하여 얘기해주고 싶어. 조금은 지루하고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너는 재미있어하고 재구성하며 노는 것을 좋아하더구나. 그것도 우리나라 역사가 아닌 세계 역사를 가지고 놀며 역사학자가 되고 싶다는 너에게 엄마가 경험한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려고 해. 세계역사도 중요하지만 한국인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네가 4학년 때 '엄마 히틀러가 유대인에게는 악마이지만 독일 국민들에게는 영웅 아닐까요?'라고 물어서 깜짝 놀랐어. 히틀러는 유대인을 600만 명이나 죽인 나쁜 놈이고 인간도 아닌 악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의 질문을 받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인종차별적 이념하에서 수많은 사람을 학살한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인데 일어났고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는 인종차별과 이념 갈등으로 죽이고 죽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역사는 한 사람의 지도자가 어떤 이념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소시민들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 민주주의에서도 마찬가지야. 국민투표를 통해서 지도자가 선출되지만 국민의 100%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거든. 역사는 어떤 선택이 세상을 바꾸었는지, 어떤 실수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또 누군가의 용기와 지혜가 얼마나 큰 희망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과 같단다.


엄마가 어렸을 때는 초가지붕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포장 도로로 비가 오면 온통 진흙탕이 되는 그런 동네에서 살았어. 그런데 어느 날부터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고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아침 일찍 일어나 자기 집뿐만 아니라 동네까지 청소하며 팔을 걷어붙이고 잘살아보자고 노래를 부르는 거야. 엄마는 학교에 다니며 선생님 말씀에 따라 노래도 배우고 동구밖 청소도 했지. 어른들은 초가지붕을 헐고 스레트로 바꾸고 동네로 들어오는 길을 시멘트로 포장하고 시장에 가서 사는 물건을 동네에서 팔아 남은 이익금을 모아 동네에 전기가 들어오도록 하는데 보탰어. 전기가 들어왔을 때는 눈물이 날 만큼 좋았어. 촛불을 켜 놓고 공부하다 조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타거나 책에 불이 붙어 집에 불이 날뻔한 일이 있었거든. 그런데 정치인들을 포함한 어떤 사람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군사독재를 한 나쁜 대통령으로 규정하고 비판해.


말 한마디 잘못해서 끌려가 고문을 당했거나 민주주의를 외치다 탄압을 당했던 사람들은 그렇게 느낄 거야. 네가 말했던 히틀러가 유대인에게는 죽일 놈이지만 독일 국민들에게는 영웅이 아니었을까라는 질문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군사독재를 한 나쁜 대통령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서민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경제발전을 이룬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는 거지.


지금 우리나라는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상대방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며 유튜버와 언론은 실시간으로 이를 보도하고 있어. 일반국민들은 무엇이 진실이고 옳은지 분별하기가 어려워. 지금은 옳고 그름보다 누가 더 지지세력을 끌어모으냐가 중요한 것 같아.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계엄령 선포로 시작된 혼란은 6월 3일 대통령 선거가 끝나도 한동안 이어질 거야. 이 모든 상황들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역사는 우리에게 묻고 있어.
"너는 어떤 선택을 할 거니?"
"남들이 다 간다고 해서 너도 그 길을 갈 거니?"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넌 어떻게 할 거니?"


이 질문에 바로 대답할 필요는 없어. 너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 수많은 날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엄마는 네가 언제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그리고 때로는 역사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너만의 길을 용기 있게 걸어가기를 말이야.

또 한 가지, 역사 속에는 실수도 많단다. 전쟁, 차별, 욕심… 인간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들은 반복되었어. 하지만 그 실수들 덕분에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어. 엄마는 네가 실수할까 봐 두렵지 않아. 실수한 뒤에도 배울 수 있다면, 그건 오히려 값진 일이니까.


역사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공부인 것 같아. 책을 읽을 때, 다큐멘터리를 볼 때, 누군가의 이름을 처음 들을 때—그게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라는 걸 잊지 말아 줘. 그 삶을 통해 너도 조금씩 성장할 거야. 사랑해


샬롬샬롬!!!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


20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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