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학교는 꼭 가야 하나요?

소리에게

by 나길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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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5학년이 되었구나. 기대를 가지고 입학한 초등학교인데 너는 1년이 지나면서부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어. 혹시 왕따를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선생님과도 상담했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았어. 전교생이 100명 정도 되고 한 반에 20명 안팎의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 대하여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


무엇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은지, 혹 집에 있을 때 너무 편하고 즐거운 것은 아닌지, 아님 분리불안으로 인한 두려움 때문인지 걱정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며 날마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너를 꾸역꾸역 학교로 보내는 날이 4년째 이어지고 있어.


엄마는 네가 아직 열두 살이기에, 세상에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때로는 학교 공부가 힘들어 보일 때도 있겠지만, 그 시간은 너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거야. 그리고 너의 마음이 “나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다”라고 말할 때가 온다면, 엄마는 그 선택을 존중할 거야. 그 대신 그 길에서 네가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아들아, 세상에는 살아가는 방법이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야. 하지만 네가 어떤 길을 택하든 가장 중요한 건 너 자신을 믿고 끝까지 배우려는 마음이야. 학교 공부가 때로 답답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도 언젠가는 너의 힘이 될 거야. 그리고 동시에 너만의 관심과 재능을 조금씩 키워 나간다면, 네 인생의 길은 훨씬 더 넓어질 거야.


엄마가 너만큼 어린 시절엔 ‘학교’라는 공간이 절대적이었어. 모두가 똑같이 교복을 입고, 종이 울리면 일제히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고, 성적표로 내 존재의 가치를 평가받기도 했단다.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면 ‘이상한 아이’, ‘문제가 있는 아이’로 여겨졌지. 세상은 꼭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규정했고 그 틀 안에서 살아야만 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않은 일로 학교밖 세상을 조금 일찍 알게 되었지. 집이 가난해서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정말 슬프고 화가 났는데 한쪽이 막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말처럼 엄마에게는 다른 문이 열렸어. 큰 이모의 도움으로 서울에 와서 다른 방법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거든.


조금 일찍 학교 밖으로 나와 사회를 경험하면서 학교 교육 과정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야. 그 경험이 외삼촌과 누나가 학교에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과감하게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었어. 엄마가 50이 넘어 입양한 너에게는 시간을 아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초등학교만 마치고 홈스쿨을 통해 교육과정을 마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어쩌면 외삼촌과 누나가 걸었던 다른 길을 알기 때문일 거야.


그럼에도 엄마가 초등학교는 꼭 다녀야 한다고 억지로 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초등학교는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 다름을 인정하는 법, 그리고 때로는 지루하고 힘든 시간도 이겨내는 걸 배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야. 친구와 갈등을 겪으며 참는 법도, 네가 싫은 수학 문제를 풀다 어느 순간 ‘알았다!’ 하고 환호하는 기쁨도 학교에서 만날 수 있지. 학교 제도가 완벽하진 않지만 네가 경험할 하나의 중요한 무대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초등학교 과정 6년을 잘 마치라는 거야.


사실 세상에는 공식 통로를 거치지 않아도 훌륭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정말 많단다. 코딩을 독학해 새로운 시대를 연 사람, 음악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 이, 늘 자연의 소리와 함께 사는 농부도 있고, 다양한 모습이 모두 가치 있어. 엄마는 네가 단지 '남들과 달라질까 봐 두렵다'는 이유로 너 자신을 다그치지 않았으면 해. 중요한 것은 네 마음의 방향이야. 학교 제도 안에 머물든, 조금 비껴가더라도, 언제나 ‘왜 이 길을 가고 싶은지’, ‘내가 정말 바라는 게 무엇인지’를 늘 묻고 또 스스로 답해보길 바란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다르게 살아도 된다”는 말을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로 오해하지 않는 거야. 다르게 살고 싶다면 그만큼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해야 하고, 선택한 길에서 열심히 배워야 해.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 다른 길을 가는 건 가능하지만, 그 길은 더 많은 용기와 책임감을 필요로 해. 왜냐하면 너를 안내해 줄 선생님이나 교과서가 없기 때문이지. 엄마는 네가 행복하게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학교라는 울타리를 통해서든, 혹은 그 너머의 세상을 탐험하든, 네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야.


엄마는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항상 응원할 거야. 아직 세상은 넓고, 너는 자신만의 답을 발견해 가는 중인 한 사람일 뿐이니까. 때로는 남들과 다른 생각이나 다른 길이 너무 무서워 보여도, 그 용기마저도 너만의 훌륭한 공부야. 공부는 절대로 시험 점수로만 평가될 수 없단다. 좋은 친구를 만나는 따뜻함, 도전하는 설렘, 스스로 왜 사는지 고민하는 진지함—모두 네 삶의 위대한 공부야. 엄마는 네가 오늘도 자신만의 속도로, 가장 너다운 모습으로 한 발 한 발 걸어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

2025.6.28(토)


함께 생각해볼 질문 3가지


1.학교란 무엇을 배우는 곳이어야 하는가?

2.다르게 산다’는 것은 자유일까, 책임일까?

3.배움의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지식, 경험, 아니면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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