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모든 일을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있을까?

소리에게

by 나길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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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맞다 틀리다 옳다 그르다를 주장하며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부당한 말과 행동을 엄마에게 고발하는 너에게 오늘은 과연 세상의 모든 일들이 옳고 그름으로 나누어질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해


너는 아마 학교에서나, 집에서, 또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옳다’, ‘그르다’라는 말을 자주 들을 거야. 시험 문제를 맞히면 ‘옳다’, 틀리면 ‘그르다’라고 하고 약속을 지키면 ‘옳다’, 지키지 않으면 ‘그르다’라고 배우지. 그렇다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그렇게 칼처럼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을까?


엄마는 이렇게 생각해. 세상에는 분명히 선명하게 옳고 그른 일이 있어. 예를 들면 남을 괴롭히거나 거짓말을 해서 이익을 얻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지. 또 누군가를 돕고 배려하는 건 옳은 일이야. 이런 기준이 없으면 세상은 혼란스러워지고, 사람들은 제멋대로 행동하게 될 거야. 그래서 옳고 그름을 가르는 일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약속과도 같단다.


그런데, 엄마는 동시에 이렇게도 생각해.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게 단순하게 나뉘지는 않는다고 말이야. 예를 들어보자. 네가 시험을 망쳐서 속상해 울고 있는데, 엄마가 “괜찮아, 그럴 수도 있는 거야”라고 말해준다면, 그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그 순간 엄마의 말은 너를 위로하고 다시 힘내게 하는 따뜻한 거짓말이 될 수 있지. 그렇다면 이건 옳은 걸까, 그른 걸까?


또 어떤 경우는 문화와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기도 해. 어떤 나라에서는 신발을 신고 집 안에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예의 없는 행동이 되잖아. 똑같은 행동인데도 어떤 곳에서는 옳고, 다른 곳에서는 그르다고 여겨지지. 그렇다면 ‘옳고 그름’이란 우리가 서 있는 자리와 바라보는 눈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그래서 엄마는 네가 자라면서 꼭 기억했으면 하는 게 있어. 누군가의 행동이나 생각이 네 기준과 다르다고 해서 너무 쉽게 “옳다, 그르다”라고 단정하지 말라는 거야. 그 안에는 그 사람만의 이유와 사정이 숨어 있을 수 있으니까. 옳고 그름을 가리기 전에 먼저 “왜 그랬을까?” 하고 묻는 마음,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 그러면 너는 다른 사람을 더 깊이 존중할 수 있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거야.


엄마도 여전히 많은 순간에 고민한단다. 어떤 선택이 옳은지, 내가 지금 하는 말이 그른 건 아닌지 스스로 묻곤 해. 완벽한 답이 없을 때가 많아. 하지만 중요한 건 ‘옳고 그름을 단정하는 것’보다도 ‘옳고 그름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태도’야. 그 과정에서 너는 점점 더 지혜롭게 성장할 거야.


그렇다면 어떻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첫째는, “마음의 나침반”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 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양심의 목소리 말이야. 누군가를 속였을 때, 그 순간에는 이득을 볼지 몰라도 마음 한쪽이 찝찝하고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던 적 있니? 반대로, 누군가를 도와줬을 때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따뜻해졌던 적은? 이런 감정은 우리가 옳고 그름을 가늠하는 가장 원초적인 신호야.


둘째는, 넓게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해. 내가 하는 행동이 나에게만 좋은지, 아니면 다른 사람과 세상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지를 보는 거야. 옳음이란 대개 나와 다른 사람 모두를 살리는 길에 있어. 반대로, 순간의 편리나 이익만을 보고 내 행동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다면, 그건 그름 쪽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지.


셋째는, 남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해. 우리는 혼자서 세상을 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님, 친구, 책,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을 확장해야 해. 다른 시대와 문화 속에서 옳고 그름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배우다 보면, 나만의 기준이 조금씩 단단해질 거야. 하지만 조심해야 할 건, 다른 사람의 기준을 그대로 복사하듯 따르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머리와 가슴으로 곱씹어보고 자기 판단을 세우는 거야.


세상에는 옳고 그름은 수학 문제처럼 정답이 딱 하나인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서로 다른 답이 모두 나름의 이유를 가진 경우도 많아. 중요한 건 ‘내가 왜 이걸 옳다고 생각하는지, 왜 그걸 그르다고 판단하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야. 그 과정에서 실수도 할 수 있어. 하지만 실수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고, 그때 다시 선택을 바꾸면 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 네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 속에서 조금씩 자라는 거니까.


그러니까 네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 너무 서둘러 답을 내리지 말았으면 좋겠어. 대신 질문을 품고, 마음을 열고,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봐. 그러다 보면 너만의 기준이 생기고, 그 기준은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너의 삶을 지켜주는 가치관이 되어 네가 판단하는 근거가 될 거야.


소리야, 옳고 그름은 흑과 백처럼 나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서로 스며드는 색깔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 안에서 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결국 너 자신을 만들어가는 길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렴. 엄마는 네가 늘 바른 마음과 깊은 이해심을 지닌 사람으로 자라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

2025.8.23(토)


함께 생각해 볼 질문 3가지


1. 내가 옳다고 믿는 기준은 어디에서 온 걸까? 부모님, 친구, 사회, 책 중 무엇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을까? 2. 어떤 행동이 한 사람에게는 옳고 다른 사람에게는 그른 이유는 무엇일까?

3. 옳은 일을 한다고 믿었지만, 나중에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깨달은 경험이 있다면, 그때 배운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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