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게
오늘 제주 우도 올레길 1-1코스를 함께 걸으며 네가 여러 번 물었지.
그때 엄마는 잠시 고민했어. 아홉 살 막내가 '나 힘들어'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거든. 엄마의 마음속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게 13.2km를 걷도록 강요하는 것은 아동학대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아마도 엄마가 업무상 아동학대의 범주에 민감해서 그런가 봐. 막내는 힘들다고 하면서도 엄마 손을 꼭 잡고 잘 걷고 있었어 그래서 단호하게 결정했지.
“우리는 빠르게 목적지에 가려고 온 것은 아니야. 정해진 올레길을 걸으며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이야기 나누려고 온 거야. 그러니까 편법 쓰지 말고 정석대로 가보자.”라고 정해진 길로 가라고 했어
너는 힘든데 왜 정해진 길로 가야 하느냐고 불평하면서도 점심을 맛있게 먹을 식당을 향해서 가는 거야. '온오프'로 정했는데 조금만 가면 될 것 같다는 말에 힘을 내어 걷기 시작했어
사실 우도 올레길은 제주 올레 중에서도 비교적 짧은 코스야. 바다를 끼고 걷는 길, 돌담 사이를 지나는 길, 낮은 언덕을 오르내리는 길이 이어지지. 잠깐 옆길로 빠지면 시간을 줄일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올레길은 ‘도착’보다 ‘과정’을 걷는 길이란다. 우리가 걷는 그 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야.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덕은 습관에서 나온다”라고 말했어. 한 번의 선택이 우리를 크게 바꾸지는 않지만, 반복되는 작은 선택들이 결국 우리의 성품이 된다는 뜻이야. 지름길을 택하는 습관이 쌓이면 우리는 점점 ‘빠른 결과’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고,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많은 것을 놓치게 될지도 몰라.
중국의 사상가 공자도 “군자는 바른 길을 걷는다”라고 했지. 바른 길은 언제나 가장 빠른 길은 아니야. 때로는 돌아가야 하고, 때로는 힘이 들지. 하지만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인내를 배우고,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 간단다.
엄마가 지름길을 택하지 않으려 한 이유는 단순히 규칙을 지키자는 뜻만은 아니었어. 우리는 여행자가 아니라 ‘걷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야. 바닷바람을 충분히 느끼고, 검은 현무암을 바라보고, 우도의 소박한 집들을 지나며 천천히 호흡하는 사람 말이야. 만약 지름길로 갔다면 우리는 더 빨리 도착했을지 몰라도, 그만큼 덜 보고, 덜 느끼고, 덜 생각했겠지.
인생도 그렇단다. 시험공부를 할 때, 친구와의 관계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무언가 성취하고 싶을 때 우리는 늘 묻게 될 거야. “지름길은 없을까요?” 하고 말이야. 하지만 진짜 실력은 정석대로 쌓이고, 진짜 신뢰는 정직하게 행동할 때 생겨.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쌓은 것들은 쉽게 무너지지 않아.
우도 올레길을 다 걷고 나서 너는 말했지. “엄마, 그래도 끝까지 다 걸으니까 뿌듯해요.”
그 뿌듯함이 바로 정석의 선물이란다. 빠름이 주는 만족은 잠깐이지만, 성실함이 주는 자부심은 오래 남아.
소리야, 앞으로도 너는 여러 번 묻게 될 거야.
“지름길로 가도 될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면
그때마다 엄마의 오늘 대답을 떠올려보렴.
우리는 조금 느려도 괜찮아. 대신 깊게 걷는 사람이 되자.
도착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으로 그 길을 걸었는지니까.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
관련된 질문 3가지
1. 너는 언제 "지름길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많이 들었니?
그때 왜 빨리 가고 싶었을까?
2. 정석대로 했기 때문에 더 뿌듯했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이니?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게 되었을까?
3. 만약 친구가 "조금만 편법을 써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묻는다면 너는 뭐라고 대답해주고 싶니?
그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