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포기와 내려놓음은 어떻게 다를까?

소리에게

by 나길 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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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10분이라도 책을 읽어라'. ' 게임하거나 숏츠 보는 시간이 길다.' 등등 네가 시간관리를 잘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가 하는 모든 말들을 잔소리로 듣고 싫어하는 너를 보며 이제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동시에 내려놓겠다는 것은 정말 내려놓음인가? 포기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내려놓음과 포기는 어떻게 다를까를 생각해 보았어.


우리는 종종 힘든 순간이 오면 “이쯤에서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돼. 포기는 보통 어떤 목표를 이루지 못할 것 같을 때, 더 이상 시도하지 않고 멈추는 선택을 말해. 그 안에는 아쉬움이나 두려움, 때로는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라는 마음이 섞이기도 하지. 그래서 포기는 우리를 작게 만들기도 해.


반면에 내려놓음은 조금 다른 것 같아. 내려놓음은 꼭 실패해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야. 마치 무거운 가방을 오래 메고 걷다가 “이건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짐이 아니야”라고 판단하고 내려두는 것처럼 말이야. 내려놓음에는 후회보다 이해가, 두려움보다 용기가 담겨 있어.


고대 철학자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지혜라고 말했어. 예를 들어 날씨나 다른 사람의 마음은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지. 그런데도 그것을 붙잡고 놓지 않으려 하면 마음은 점점 지치게 된단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내려놓음’이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고,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지.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멈춤이 내려놓음은 아니라는 거야. 어떤 일이 어렵고 귀찮아서 그만두는 것은 포기에 가까울 수 있어. 반대로, 충분히 노력해 보고도 더 이상 나에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서 멈춘다면 그것은 내려놓음일 수 있지. 결국 둘의 차이는 ‘마음의 방향’에 있단다. 도망치듯 돌아서는가, 아니면 이해하고 선택하는가.


엄마도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포기하기도 했고, 또 어떤 것은 내려놓기도 했어. 돌이켜보면 포기했던 순간에는 늘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고, 내려놓았던 순간에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단다. 그래서 이제는 어떤 선택을 할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려고 해. “나는 지금 도망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스스로 선택하고 있는 걸까?”


그동안 엄마가 너의 모든 생각과 시간과 행동을 통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너를 통제하며 엄마 마음대로 해주기를 기대했던 것 같아. 이제 그 마음을 내려놓고 네가 스스로 너의 길을 찾아가도록 응원하는 자리에 서려고 해.


소리야, 앞으로 너도 살면서 여러 갈림길을 만나게 될 거야. 그때 무조건 버티는 것이 정답도 아니고, 무조건 그만두는 것이 틀린 것도 아니란다. 중요한 것은 너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일이야.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이 너를 더 자유롭게 하고 더 성장하게 만든다면 그건 분명 ‘내려놓음’에 가까운 선택일 거야.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네 마음의 목소리를 천천히 들어보렴. 그리고 필요할 때는 용기 있게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 그것 또한 아주 중요한 삶의 지혜니까.


소리를 사랑하는 엄마가


관련된 질문 3가지

1. 내가 하기 싫어서 그만두고 싶은 일과, 정말 나에게 필요 없어서 그만두고 싶은 일은 어떻게 다를까?

2.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 중에서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도움이 될 것 같은 말은 무엇일까?

3. 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 ‘내려놓아도 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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