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길 조경희 Aug 11. 2020

삼세판

삼세판     

한 권의 책을 쓴다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니다. 만만하지 않은 책을 두 권이나 썼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만족스럽지 않다. 기대했던 만큼 잘 팔리지도 않고 강의 요청이 있거나 나 자신이 잘 알려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의 승부를 세 번 도전으로 결정짓는 것처럼 세 번째 도전으로 승부를 보려고 한다.      

세 번째 책은 내가 쓰고 싶은 책이 아닌 돈을 주고 사서 읽고 싶은 책을 써서 얻은 수입으로 그룹홈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투자하여 키웠는데 사회에 나가서 홀로서기에 실패한다면 그동안의 수고는 물거품이 된다. 내가 양육한 아이들은 모두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나는 세 번째 책 쓰기에 도전한다.     

첫 번째 책을 출간할 때는 기대가 컸다. 내가 속해 있는 한국아동청소년 그룹홈 협의회 회원들이 한 권씩은 사주지 않을까 생각했고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금요일 심야기도회에서 간증하도록 하고 책도 판매하도록 해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또한 친분이 있는 타 지역의 목사님도 나를 불러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것으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담임목사님의 추천글이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간증 자리에 세워주지 않았고 주보에 책 출간 소식만 한 줄 글로 광고했을 뿐 공개적으로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아동청소년 그룹홈 협의회 회원들 중에는 개인적으로 책을 구입해 읽고 감동받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룹홈이 세상에 좋은 이미지로 알려질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하여 감사했다. 그와 관련하여 이화여자대학교 정익중 교수님으로부터 특강 요청을 받고 특강도 했다. 거기까지였다.      

책이 많이 팔리지 않고 생각했던 간증하는 자리에 서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 얻은 것은 엉킨 실타래처럼 내 안에서 뒤죽박죽 뒤엉켜 있던 이야기들을 주제별로 분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내 안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아이 양육 관련된 이야기를 모아 두 번째 책을 냈다. 이 또한 독자의 반응은 차가웠고 나는 실망했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 무엇이 문제인가 고민하며 찾기 시작했다.      

 앞서 출간한 두 권의 책은 워밍업이라고 할 수 있다. 진짜 내가 쓰고 싶었던 책은 지금 쓰려고 하는 책이다. 30대 중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처럼 삶의 무게에 짓눌려 휘청거릴 때 내 나이 61세가 되면 삶에서 진리를 찾아가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지금이 그때다. 이제 나에게 생명줄이었던 거미줄 같은 동아줄에 대하여 쓰려고 한다. 

한 권의 책을 쓴다는 것은 만만한 일은 아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하여 원고지 800자가 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 주제에 대한 깊은 사유와 정보와 자료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일의 승부를 세 번 도전으로 결정짓는 삼세판 문화가 있다. 한 번에 승부가 나면 진 사람은 섭섭하고 아쉽다. 그래서 세 번 싸워 두 번 이기는 사람을 승자로 결정하는 것이다. 나도 세 번째 도전으로 독자와 승부를 보려고 한다. 이번에는 꼭 이겨서 승자로 남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내 아이가 속상하면 나도 속상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