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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May 16. 2020

내 아이가 속상하면 나도 속상하다

내 아이가 속상하면 나도 속상하다


아침 한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고 한 아이는 유치원에 간다.

코로나 19로 긴급 돌봄 형태라 유치원에 가는 아이는 

도시락과 간식을 싸가지고 가야 해서 아침 시간이 분주하다.


거기에 낮에 근무하는 선생님이 오시면 업무도 인계하고 전달사항을 전달하다 보면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놀다 싸우기도 하고 선생님과 얘기하는 중간중간 계속 끼어든다. 

그 시간이 짧으면 2-3분이고 길어야 5-6분이다. 오늘 아침처럼 어린이집 가는 녀석이 늦장을 부리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어린이집은 마당 건너라 준비되는 대로 바로 데려다주는데 오늘 아침에는 조금 늦었다. 

야간 선생님이 갑자기 어린이집 가는 아이 머리를 빗겨주며 굳은 얼굴로 유치원 가야 하는 아이를 향해 “뭐가 싫은데? 왜 싫은데? 네가 싫은 걸 어떻게 알아?”라고 묻고 있고 아이는 완전히 경직된 얼굴로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얼굴로 서 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아이가 너무 경직되어 있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따라다니며 “oo는 싫어한데요 싫어한데요.” 했다는 것이다. 


상황 이야기를 듣고 “ o야 그렇게 하지 말아라”하고 가볍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선생님과 아이가 가만히 서 있다.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고 상황이 종료되었는데 

아이는 그때야 긴장이 풀렸는지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는 장난으로 그렇게 했을 것이고 선생님은 다른 아이를 놀리는 것으로 받아들여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화를 내고 야단을 치는 것도 아이의 성향에 따라 해야 한다. 작은 아이는 아무리 큰 소리로 야단을 치고 혼내고 금방 돌아서면 웃고 잊어버린다. 그리고 같은 잘못을 반복해서 어떻게 옳고 그름을 인지시킬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 반면 큰 아이는 상대방이 말하는 의도를 금방 파악하고 잘 알아듣는다. 그리고 오래 기억한다. 큰소리로 야단치지 않아도 그런 행동이 왜 나쁜지 설명만 해주면 아이는 알아듣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 


그런데 큰 아이나 작은 아이나 잘못했을 때 크게 소리치며 야단을 친다.

큰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어 한두 번 얘기했는데 

여전히 야단칠 때의 눈빛과 목소리가 큰 아이를 얼어붙게 한다. 

나중에 안아주고 부드럽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얘기했지만, 

아이의 마음속에는 날카롭게 쏘아보는 눈빛과 차가운 말투가 남아 있을 것이다. 

큰 아이의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면서 선생님께도 다시 한번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내 아이가 속상하면 나도 속상하다. 

특히 큰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내가 키운 아이라 더 그렇다.


한 아이를 상처 받지 않고 밝고 건강하게 키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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