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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길 조경희 May 13. 2020

29. 성인이 되면 웃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

찬희에게

29. 성인이 되면 웃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진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행복하기 원하고 행복한 사람은 웃는다고 생각해.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웃음이 사라지는 것 같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웃게 만들까 연구하는 사람들이 ‘일요일에는 일어나자마자 웃고, 월요일에는 월등하게 웃고, 화요일에는 화사하게 웃고, 수요일에는 수, 우, 미, 양, 가 중에 ‘수’를 받게 웃고, 목요일에는 목청껏 웃고, 금요일에는 금방 웃고 또 웃고, 토요일에는 모든 웃음을 토해내도록 웃기’ 같이 매일 웃을 수 있도록 요일별 웃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어. 그렇게 웃음을 강조해도 웃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     


영국의 한 의과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어린아이는 하루에 평균 400~500번을 웃는데 어른이 되면 하루에 15~20번으로 감소한다고 해. 어렸을 때 그렇게 잘 웃던 사람들이 인생에서 기쁨을 상실한 채 웃음을 잃어가는 이유는 경험에서 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염려 때문이야. 불안과 근심, 걱정으로 웃지 않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웃는 일이 점점 낯설게 느껴지게 돼.    


엄마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어. 가정위탁을 할 때 자조 모임에서 ‘웃음 치료’ 강의를 듣게 되었어. 강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위탁 부모들을 위해 다양한 상황을 설정하여 웃게 하려고 노력했어. 웃을 일이 없는데 갑자기 박장대소하는 강사를 보며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웃고 1분 동안 큰 소리로 웃어보라는 요구에 따라 웃어보기도 했지. 1분쯤 웃는 정도야 뭐 그렇게 어려울까 싶지만 억지로 1분을 크게 웃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어. 강사는 날마다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웃게 된다는 거야.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고 한번 웃어보았어.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이 놀라 파르르 떨리고 스스로 보기에도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어. 그래도 언제나 웃는 밝은 얼굴을 갖고 싶어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거울을 보고 한 번씩 웃어보았지. 소리 없이 씩 웃어보기도 하고 입을 벌리고 크게 웃어보기도 하다 보니 파르르 떨리던 얼굴 근육이 조금씩 적응해 가는 거야. 어떻게 웃는 것이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릴까를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을 연출해내기 위한 노력이 한동안 계속되었어. 그래서일까 요즈음은 항상 웃고 다닌다거나 밝게 웃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게 돼.     


 아이들은 성인처럼 웃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잘 웃는 것 같아.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거나 방임으로 돌봄을 받지 못해 엄마한테 오는 아이들이 웃을 일이 뭐가 있을까 싶지만, 유아들은 오는 날부터 웃는 거야. 아이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까꿍 하고 잠시 얼굴을 숨겼다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밝게 웃는 모습이 신기했어. 어른들이 생각하기에는 그다지 우스운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아이들은 웃기다고 배꼽을 잡고 웃기도 해.     


 듣는 대로 따라 하는 네 살 소리는 헬로카봇이라는 만화를 보며 합체라는 것에 꽂혀 뭐든지 합체라고 말해. 업어달라고 할 때도 “엄마와 합체할 거예요.”라고 하고 형을 뒤에서 꼭 껴안으며 “형하고 합체 완료”라고 말하는 모습이 당장이라도 적군을 물리칠 듯 기세 등등한 모습에 형도 웃고 나도 웃게 돼. 그 모습을 보는 가족들 또한 귀여워서 웃고 뭐든지 합체라는 말과 관련시키는 소리의 모습이 앙증맞아 웃지.     


 비가 와서 집 옆 도랑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물이 많아요.”해서 “그래 비가 와서 도랑에 물이 많네.” 했더니 소리는 어디든 물이 많으면 도랑이라고 해. 세탁기에서 물이 빠져나오는 것을 보고도 “엄마 여기 도랑이 있어요. 왜 여기에 도랑이 있지?” 조금 있다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는 “어 도랑이 갑자기 사라졌어요. 어떻게 된 거지요.” 하는 거야. 작은 목욕통에 물을 받아서 목욕을 한 후 그 물을 화장실 바닥에 쏟아 놓고 “엄마 빨리 와보세요. 여기 도랑이 생겼어요.” 하며 첨범첨벙 물장구를 치며 좋아하는 것을 보며 엄마도 웃게 돼.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하지만 싸울 때보다 웃을 때가 훨씬 많은 것 같아. 끊임없이 까불고 장난치며 웃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웃고 떠들며 놀지. 아이들의 놀이는 참 단순한데 그렇게 단순한 놀이를 하면서 웃겨 죽겠다는 듯 배꼽을 잡고 웃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야.     


 하루 15초만 큰 소리로 웃으면 생명이 2분 연장되고 15분만 웃어도 40칼로리가 소모되고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 엄마도 잘 웃고 떠들며 뛰어놀기를 즐기는 아이들을 보며 같이 웃다 보니 종양으로 두 번이나 수술했던 사람답지 않게 건강하게 살고 있잖아. 웃음에는 신기한 마력 같은 것이 있나 봐. 너는 연습하지 않아도 밝게 웃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항상 웃으며 밝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바랄게.

-무조건 너를 지지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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