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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꿈 Mar 09. 2021

사춘기, 성장통을 시작하는 아이와 부모를 위한 그림책

바다에서 M

요안나 콘세이요 지음 |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0. 8. 3


한 소년이 물속에 눈만 드러내고 있습니다. 수영을 하는 걸까요? 어째 소년의 표정이 밝아보이지는 않아요. 소년은 조개껍질, 작은 돌 등을 줍기도 하고, 바다를 향해 힘껏 돌을 던지기도 합니다. 이 바닷가에서 즐거웠던 어떤 시간을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파란 파도를 보며 등지고 서 있는 소년의 모습은 어째 조금 쓸쓸해 보입니다. 소년에게는 많은 질문들이 떠오릅니다.       


저 반대편에 누군가 서 있을까?

파도가 도망치는 저곳에 나 같은 애가 있을까?

.

.

.

걔네 엄마는 그 아이를 사랑할까...     


아이의 질문과 질문이 이어지는 글 아래 아주 조그맣게 그려진 사람의 모습이 있어요. 이 사람이 소년의 엄마일까요? 작게 그려진 엄마의 크기만큼 소년의 마음에서 엄마의 자리가 줄어든 것일까요? 소년의 마음엔 왜 슬픔이 가득할까요?




"OO야, 엄마 좋아?"

"응. 대부분 좋긴 한데 싫을 때도 있어."

     

‘엄마 좋아?’ 라는 질문에 늘 “응~ 너~~~~무 좋아.” 하며 폭 안겨오던 꼬맹이에게서 ‘싫을 때도 있어,’ 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을 잊지 못하겠어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나는 절대 하지 않을거라 자신했던 그 문장이 머리 속에서 바로 떠올랐거든요.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사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조금 부족해도 쉽게 용서하고 여전히 큰 사랑을 보내주지요. 늘 ‘우리 엄마, 아빠가 최고’라고 생각해줘요. 그런데 아이가 ‘우리 엄마의 어떤 행동은 싫어.’라고 한다는 건 이제 더 이상 어린 아기가 아니라는 뜻일거예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존재로 성장하는 중이지요.      


그 일은 저한테 일종의 예방접종이 됐어요. 제가 사랑해서 하는 것이라도 그걸 아이는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아이의 마음과 의견을 무시하고 제 마음대로 해서도 안될테고요. 앞으로 더 많은 대화와 이해, 인내, 인내, 인내가 필요하겠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했어요.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었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저도 사춘기에 부모님을 엄청 싫어했어요. 우리 애처럼 대놓고 말하진 못했지만, 그 시절 제 일기장속에는 온갖 불만과 괴로움, 원망, 미움의 글들이 가득했습니다. 사춘기는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시기입니다. 자신을 찾아가는 시기이기에 부모님의 가치관과 생각을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죠. 사실 이 시기에 사춘기 아이의 행동이 잘못되어 문제가 발생하기 보다는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나 말이 더 큰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우리도 학창시절에 부모님 몰래 야자수업도 땡땡이도 하고, 문제집 산다고 받은 돈으로 간식도 사먹고, 노래방도 가곤 했지만, 지금은 직장도 다니고 결혼도 해서 잘 살고 있잖아요.(저만 그런 거 아니지요?) 하지만 그 시기에 부모님이 나에게 했던 말이나 행동은 상처가 되어 오래도록 아프게 하거나, 아직도 나에게 영향을 주고 힘들게 만들기도 하지요.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아이가 저한테 대놓고 ‘엄마 이럴 때 싫어.’ 라고 말하면 좀 안심이 됩니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하고 나를 함부로 하지 마세요! 하고 말할 힘이 있는 아이구나 싶거든요. 다만 아이가 너무 버릇없거나 예의 없을 땐 주의를 줍니다. 그리고 엄마도 사람이라 그런 말엔 상처를 받는다고 조금 순화해서 말해달라고 부탁하지요. 그래도 아직은 엄마가 싫을 때보단 좋을 때가 많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부디 오래 그래야 할텐데 말이지요.       



아이가 올해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중학교 입학은 또 여러 가지 마음이 들게 해요. 아이가 그리고 내가 겪을 많은 변화들, 폭풍 같은 감정들 그걸 예측할 수 없어 마치 전쟁을 앞둔 병사처럼 결연하게 무언가를 다짐하곤 해요. 무얼 다짐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요.     


다만 M을 너무 외롭게 혼자 두고 싶지 않아요. 아이가 혼자 바다를 서성인다면 조용히 가서 함께 바다를 바라봐주고 싶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바다 반대편에 너 같은 애가 있을까 물었지? 엄청 많단다. 아마 대부분이 그럴 걸. 어떤 아이는 어른이 되고 나서도 너처럼 바닷가를 외로이 서성이고 있기도 한단다. 그러니 M, 지금 화가 나고 소리 지르고 싶으면 그래도 된단다. 괜찮아. 그건 자연스러운거야.”


        

#바다에서M #요안나콘세이요 #사계절 #그림책 #그림책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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