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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꿈 Mar 13. 2023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것을 믿는 힘

구름보다 태양

얼마 전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그 작가의 생각에 반감 같은 것이 올라왔다. 습관적으로 마무리하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라는 글에 작가는 왜 꼭 행복해야 하냐고 물었다. 그 표현은 나도 자주 쓰는 표현이었고 다르게 마무리할 말이 없어 사용하면서도 가끔 상대에게 행복을 강요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망설이던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공들인 마무리는 단순히 일로 메일을 주고받는 사이일 뿐인데 오버하는 것 같아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그 말을 썼다. 하지만 아무리 상투적 표현일지라도 정말로 상대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도 아주 약간은 담아 보냈다.     


물론 책을 작가의 의도가 행복이 필요하지 않다거나, 비관론적인 시선이 아닌 것을 안다. 습관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태도에서 자신의 불행을 면밀히 돌아보지 못하고, 슬픔과 고통을 외면한 채 퉁쳐버리는 태도를 살펴보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날카롭고 세밀한 감각으로 미세한 억압과 불평등을 예민하게 찾아내는 작가의 평소 태도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행복을 바란다. 순진무구하게도. 그렇다. 세상 사람들이 다 행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인류애적 바람을 가지고 산다. 24시간 모든순간이 행복하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고통과 슬픔을 외면하라는 뜻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좋은 것을 찾아내고 조금씩 나가는 사람들의 힘을 믿고 싶은 것이다. 

      

<구름보다 태양>, 마시 캠벨 (지은이),코리나 루켄 (그림),김세실 (옮긴이), 위즈덤하우스 

화장실 벽에서 나쁜 말이 발견되었다.

학교에서는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고, 학교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며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한다.

그 나쁜 말이 뭔지 보고 만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두려움과 혼란이 생긴다. 

누가 그런 말을 했을까? 누구의 얼굴에 죄책감이 묻어있을까?

아이들은 서로가 의심스럽고 그 나쁜 말은 모두의 마음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불안해하며 화를 냈고 전보다 더 못되게 굴기도 했다.     


세상엔 좋은 것만큼 나쁜 것이 있다는 걸 안다. 기쁨과 행복으로 날아오르기보단 슬픔과 아픔에 잠식당하기가 더 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좋은 것들이 가진 힘을 믿고 싶다.  나쁜 것들 사이에서 기어이 좋은 것을 찾아내어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아마 내가 그림책을 보는 이유가 아닐까.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에는 밝고 따뜻하고 명랑하고 즐거운 이야기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슬픔, 분노, 좌절, 상실에 관한 그림책을 보면 이런 책을 아이들이 봐도 되는 거냐고 되묻는다. 마치 아이들에게는 그런 어두움이 없는 것처럼. 정작 어른들이 더 두려워하는 것을 그림책 속에서 펼쳐놓은 것은 ‘이게 현실’이라는 잔혹한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두렵지만 마주하고 헤쳐 나가는 아이들의 용기와 힘을 응원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나쁜 것들은 늘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그 말처럼 중요한 것은 좋지 않은 많은 것 중에서 기어코 좋은 것을 찾아내겠다는 의지와 용기 아닐까? 불행과 고통에 대한 외면이 아니다. 아이들은 덮인 그림 아래 나쁜 말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세상엔 미움보다는 사랑이 더 많다는 것도 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라는 말은 강요가 아니다. 불행을 퉁쳐버리라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지자고, 좋은 것을 찾아보자고, 세상의 선함을 믿어보자는 격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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