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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cent G Jun 09. 2021

헛디딘 발걸음도 헛되지 않아(3)

12가지 소스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3번째 글 시작해보겠습니다.




만약 12가지 소스 중에 하나를 선택을 해야 한다면?     


잠시 여러분이 대학교 1학년 입학을 앞두고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그 학교는 교육대학교(일명 교대)입니다. 


선생님이 되기로 다짐했고, 이제 ‘심화 과정’이라고 해서 12가지 중에 1가지를 골라야 하는 상황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85퍼센트 정도는 수업이 동일한데 15퍼센트 정도(18학점 정도)가 다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식당에서 튀김 요리를 주문했는데, 어떤 소스에 찍어먹을 것이냐 정도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선택한 결과가 옳고 그른 영역이 아니라, 개인의 관점 차이 정도일 것입니다.     


선택지(메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윤리,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컴퓨터, 체육. 음악. 미술. 실과, 초등, 영어 >     


윤리교육과는 도덕, 초등교육과는 초등 교육과 관련된 이론을 더 배운다고 생각하고 3분 정도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3분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12개 선택지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했는지와 함께 그 이유를 간단하게 마음속으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1~4관을 둘러보고 각 선생님들은 어떤 선택을 하셨는지도 각 관 마지막 부분에 적어두겠습니다.          


여러 과목 중에서 미술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  
     

여러분이 12가지 선택지 중에 어떤 심화 과정을 골랐을지 궁금합니다. 많은 분이 국어, 수학, 영어를 선택하셨을 수도 있고, 예체능 계열을 선택하셨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정답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소제목에서 예측할 수 있듯이 또는 목차에서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미술’이라는 소스를 선택했습니다. 미술을 어렸을 때부터 배워서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제가 미술에 재능이 있어서 고른 것은 더욱 아닙니다. 초등학생 시절 운이 좋게 제가 그린 그림이 학교 신문에 실렸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미술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교대 선배로부터 받은 조언도 한몫했습니다.(그때 조언 내용은 ‘무언가 남는 심화 과정을 선택하면 좋겠다.’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저는 미술이라는 소스를 고른 후에 힘들기도 했습니다. 제 실력은 받쳐주지 않는데, 완성해야 하는 것들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이니까요. 그래도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이니 그래도 좀 봐줄만한 그림이나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서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예체능 계열이라고 하면 체육, 음악, 실과, 미술이라고 분류할 수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 다른 과목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요. 체육 심화 학생들은 졸업하기 위해서 졸업 발표회를 해야 합니다.(학교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전원이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음악 심화 학생들은 졸업하기 위해서 졸업 연주회를 해야 합니다. 근데 만약 제가 그 날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너무 긴장을 해서 실수를 해버리는 상황이 일어난다면 어떨까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체육, 음악과는 다르게 미술이라는 것은 내가 오늘 그림을 그리다가 혹은 어떤 작품을 만들다가 잘 안 되면 돌아서면 그만입니다. 집에 돌아가서 신경은 조금 쓰일 수 있겠지만요. 시간이야 더 걸릴 수 있겠지만 마음은 상대적으로 편하잖아요. 그리고 졸업 전시회에서 내가 직접 다른 사람 앞에 서서 퍼포먼스(표현)를 보여주지 않아도 됩니다.    

   

그 점이 꽤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품이 쌓이면 쌓일수록 제가 분신술을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떤 작품은 내 집에 놓여 있고, 다른 작품은 지인에게 선물하거나 학교 교실에 놓을 수 있으니까요. 작품이 하나씩 쌓이다 보니 포트폴리오가 저절로 만들어져 제 명함처럼 저를 소개할 때 종종 사용합니다. 한국화, 수채화, 판화, 공예, 아크릴화 등 전문적이진 않지만 이것저것 해보니 경험이 쌓이고, 학생들 앞에서 이야기해줄 내용이 많아졌습니다.      


매년 학기 초를 시작하면서 제 그림을 사진으로 혹은 실제로 보여주면 정말 선생님이 그렸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학생도, 사진 같다고 놀라는 학생도 많습니다. 내색하진 않지만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남자 선생님이 미술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학생들로부터 조금 다른 시선도 느껴집니다. (순전히 제 기분 탓일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 학생들과 다양한 미술 활동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임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활동들을 하기 위해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죠. 그래서 몇 개는 포기하게 됩니다. 잠시 넋두리를 놓아버렸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가보겠습니다.      


누군가 인생은 럭비공 같다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석사학위도 초등미술교육으로 어쩌다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엄청난 전문가는 아니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학생들 중에서 그림으로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를 종종 관찰했습니다. 그런 학생을 보면서 미술이라는 과목이 누군가의 표현 수단으로도 작용한다니 더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술 이외에 다른 과목도 물론 재미있고 유익합니다. 적어도 저한테는 제 생각과 실제로 한 것 사이에 일치하는 정도가 가장 큰 것이 미술이었습니다. 음악과 비교했을 때는 특히 더 그랬습니다. 본의 아니게 대학교, 대학원 시절 전시회를 몇 번 해보니 그 과정이 너무 소중하게 지금까지 남아있습니다.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각 학교에서도 학생 작품을 전시하고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이 보편적으로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미술 작품에 대해 설명하다 보면 어려운 용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경우 당연히 학생들은 이해하기가 어렵고, '미술이 어렵다는 인식'이 굳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의 언어로 본인 작품을 설명하는 활동을 정착되면 그만큼 생생한 작가와의 만남도 없을 것입니다. 사실 미술은 관람자가 느낌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어로 설명이 길어지면 관람자에게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도슨트 G


Smile, 20X20cm, Acrylic painting on canvas, 2021, ㄱㅇㅈ(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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