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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연한출발 Jun 09. 2018

일본에서 깻잎 키우기

마이너스의 손이지만 잘 부탁해

재작년 일본에서 살림을 시작하고 한국에 가는 꿈을 자주 꿨었다. 꿈속에서 한국에 도착한 나는 깻잎, 청양고추, 새우젓, 액젓, 고춧가루 등을 가방이 꽉 차도록 집어넣었다.


3년 차가 된 지금은 더 이상 그런 꿈을 꾸지 않는다. 냉장고에 한국에서 바리바리 가져온 고춧가루와 새우젓 액젓 고추장 청양고추(냉동과 건조한 것) 등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드는 집밥 메뉴의 8할은 한국요리가 된다.


사실 일본은 워낙 한국과 가까운 데다 교토는 재일교포도 많은 지역이라 한국 식재료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니죠죠(이조성)의 한식당에서는 청양고추도 가끔 살 수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깻잎. 고기 먹을 때, 참치김밥이 먹고 싶을 때, 오사카의 한인타운 츠루하시에 가면 팔고 있지만 2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래서 2년 전부터 깻잎 자급자족을 시작했다.


동네 홈센터 코난에서 구입한 깻잎 씨앗. 200엔 정도.


일본 사람들은 깻잎을 거의 먹지 않지만 한국식 야끼니꾸 식당(고깃집)이나 한국 여행에서 먹어본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덕분에 홈센터(집과 관련된 웬만한 물건이 다 있는 가게)에서 씨앗을 구할 수 있었다. 패키지에는 "독특한 향으로 고기 싸 먹을 때 아주 잘 어울림”이라고 쓰여있다. (왼쪽 아래, 깻잎 위에 덩그러니 올려진 고기)


“생산지:한국”이라고 적혀있다

뒷면에는 파종, 적합한 흙, 수확까지 자세한 설명이 적혀있다. 생산지는 역시 한국이었다. 일본에서 종종 만나는 한국산이 괜히 반갑다. (파프리카나 가끔 보이는 꽃게渡り蟹는 거의가 한국산. 보이면 사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간사이 지역은 4월 중순 파종 가능이라고 적혀있는데 나는 5월 초에 씨를 뿌렸고 발아까지 약 2주가 걸렸다.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물만 줘도 잘 자라는 깻잎. 귀엽다!

현재는 이만큼 자랐고 벌레들에 의해 왕창 사라진 깻잎들이 있어 한번 더 씨를 뿌리고 기다리는 중이다. 한국보다 습하고 더운 날씨 덕분인지 쑥쑥 자라고 있다. 마이너스의 손으로 여태 제대로 키운 식물이 없었는데 깻잎은 고맙게도 물과 햇빛만으로 쑥쑥 잘 자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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