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단어들, 더 많은 눈빛이 오고갔던 순간
마사키의 첫 메시지 이후,
우리는 서툰 중국어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마사키가 내게 메시지를 보낼 때는,
"일본어-중국어-한국어"의 순으로
내가 마사키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는
"한국어-중국어-일본어"의 순으로
두 단계의 번역이 거쳐지는 소통이었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대화였기에
주어-술어-목적어 순의 중국어가
주어-목적어-술어 순으로 쓰여진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렇게 한동안 필담을 이어가던 중
가을비가 내리는 날 소주를 마시기로 했고 우리는 바로 그 날 저녁 내린 가을비로 만나게 되었다.
그는 기숙사 앞 한식집에서 오징어두루치기와 계란말이를 주문해두고 은색 전자사전과 소주병 가운데 얼굴을 내민 채 빙긋 웃고 있었다.
어색한 인사도 잠시...서로의 발음과 억양에 차차 익숙해진 우리는 오른손에는 소주, 왼손에는 전자사전을 두고 신나게 이야기 했다.
정신이 흐려질수록 대화는 무르익었고 수많은 단어가 오고 가는 사이, 더 많은 눈빛으로 소통했다.
본래 주량이 맥주 한 잔인 그는 첫 만남에서 내게 약해보이기 싫었단다. 그 결과 그 날 평생의 최고 주량, 소주 2병을 마셨고 그 뒤로 삼일을 더 고생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