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에서 면도하고 머리 깎기
남편은 인도에 오기 전부터 꼭 인도 이발소에서 면도를 하겠노라 했다. 델리에서는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못 했는데 바라나시에 도착하니 마침 게스트 하우스 앞에 이발소가 있었다.
이발소에는 먼저 온 손님이 면도 중이었다. 면도칼로 하는 면도를 받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는 남편은 좀 긴장된다며 먼저 온 아저씨의 면도를 열심히 구경했다. 나 역시 생애 처음 하는 면도 구경이었다.
남편의 차례가 왔다. 이발사 아저씨는 새로운 면도칼을 꺼내놓고 남편 얼굴에 이것저것 바르고 브러시로 거품을 내어 바른 뒤 면도를 시작했다. 면도날이 지나는 슥슥 소리는 긴장을 불러일으켰지만 경쾌했다.
면도가 끝나자 이발사 아저씨의 세심한 손길에 신뢰를 갖게 된 남편은 이발까지 부탁했다.
남편이 가는 일본의 이발소(미용실)는 과장을 섞어 말하자면, 가위질 한 번 할 때마다 손님의 의사를 묻는데 바라나시 이발사 아저씨의 가위질에는 거침이 없었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남편은 이발사 아저씨의 거침없는 가위질에 점점 불안해하면서도 “머리는 곧 자라는 거니까”라며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이미 시작된 이상 말도 안 통하니 달리 방법이 없기도 했다) 난 그런 남편을 구경하는 게 그저 재미있었다.
한참을 불안해하던 남편이었지만 결과를 보고는 꽤 만족해했다. 이발을 마치고 아저씨가 만져준 머리 모양에 드디어 인도 스타일로 거듭났다며 좋아했다. (다음날 머리를 감고 다소 당황했지만...)
면도와 이발 비용은 총 130루피(약 2200원).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약간은 민망한 기분까지 들었던 남편과 나였다. 그런데 이발한 걸 알아본 게스트 하우스 직원이 가격을 듣고는 인도 사람보다 20루피 더 냈다고 했다.
다음 날 이발소 앞을 지나다 만난 이발사 아저씨한테 “우리 20루피 더 냈다면서요?”라고 농담 삼아 물으니 아저씨의 대답
“너는 스타일리시 컷이라 좀 비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