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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연한출발 Nov 19. 2015

내 남자 친구는 일본인

한일 커플 7년 차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들

한국 여자-일본 남자로 이루어진 커플은 국제커플 통계를 보자면 적지 않은 비중이지만 주변에 늘 있는 형태의 커플은 아니기에 적든 많든 늘 질문을 받게 된다.


그 중 자주 있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한번 써보려 한다.


Q. 어떻게 소통하는지? (or 어떤 언어를 쓰는지?)


A. 우리는 중국에서 만났기 때문에 연애 초기에는 중국어로 대화했다. 하지만 그 당시 둘 다 초급 수준이었기에 금세 이상한 언어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중국어 단어+알타이어계 어순 및 조사 사용)


우리 곁엔 늘 전자사전이 함께 했으나 간혹 놓고 온 경우 그냥 모국어로 얘기해서 알아듣도록 해보고(한자어 발음은 비슷한 경우가 많다. EX:변비(한국어)-벤삐(일본어)) 손짓 발짓 동원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렇게 소통이 될까 싶겠지만 소통에 어려움을 크게 느끼진 않았다. 일상 대화라는 것이 대단히 많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단어가 고갈될 때쯤 우리는 자연스레 서로의 언어를 익히기 시작했다.


중국 길림대학교 국제문화제. 남편과 두번째 만난 날


그 결과 현재 나는 JLPT 1급 남자 친구는 TOPIK 중급을 취득한 상태다. 물론 초창기에 만들었던 우리만의 이상한 언어는 늘 존재했고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Q. 일본 남자의 연애스타일은 어떤지?


A. 역사적으로는 한없이 멀지만 문화적으로는 어쩌면 가장 가까운 나라가 일본 아닐까. 그러다 보니 내 주변인들도 일본의 여러 문화적 특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중 가장 많이 나오는 키워드는 "초식남", "오타쿠", "보수적", "겉과 속이 다름", "변태", "더치페이"와 같은 것들이다.


나 역시 이 친구를 만나기 전 일본에 대한 이미지는 이 정도였던 것 같다. 물론 이러한 키워드들로 일본 남자를 이야기할 수도 있으나 내 남자 친구와 그 주변인들, 그리고 다른 한일 커플들을 보면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걸 알 수 있다.


내 남자 친구를 예로 들자면 연애에 있어 매우 적극적이었고 먼저 고백한 걸 보면 초식남은 아니다. 원피스나 드래곤볼을 챙겨보긴 하지만 피규어를 산다거나 하진 않는다.


보수적인 면 역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겉과 속은 너무 똑같아서 탈이다. (수다스러운 성격에 숨기지 않고 너무 다 말한다) 남자 친구의 말에 따르면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일본인의 특성은 일본 내에서는 교토가 가장 유명하다고...


변태라는 이미지는 일본의 성인 비디오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표현에 대해 다소 개방적이긴 하나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다.


더치페이의 경우도 꽤 많이 듣는 질문인데 남자 친구의 표현을 따르자면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남자가 더 쓰는 것이 일반적인 일본의 연애 패턴"이라고 한다. 이처럼 나라 차이라기보다는 개인차가 크다.


굳이 한국 남자와 다른 연애 스타일 꼽자면 연애 초기 불타오르는 듯이 잘해주는 부분(?)이 다소 약하고 개인 사생활을 중시해준다는 점 정도일까?


500일 이벤트! 일본은 백일 단위 기념일이 없다. 그저 한국사람인 내가 쓸쓸할까봐 준비한 500일 촛불 이벤트. 일본 남자 모두가 초식남인 건 아니다





Q. 역사 문제로 갈등이 생기지는 않는지?


A. 나와 나의 남자 친구는 정치적 견해가 비슷한 편이다. 성향이 있다기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올곧은 시선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마음을 같이 한다. (근거 없이 떠들어대는 거 금지)


그렇기 때문에 독도나 위안부 문제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어설픈 토론을 하기도 한다. 그것이 우리 사이에 싸움으로 발전되지는 않는다. 나아가 안중근 기념관이나 서대문형무소, 전쟁기념관, 인천의 일본인 거리, 나가사키 원폭기념관 등 두 나라의 근현대사가 얽혀 있는 현장에 가는 것도 좋아한다.


다만 이건 우리의 경우이고 다른 한일 커플의 경우 종종 둘의 싸움을 넘어 집안싸움까지, 나아가 교제 반대까지 이르기도 한다고... 만약 내가 남자 친구와 이런 성향이 맞지 않았다면, 남자 친구가 잘못된 정보 또는 사실에 대해 전혀 알려고 하지 않았다면, 함께 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 문제 외에도 축구나 각종 스포츠의 한일전이 있을 때는 어떠냐.는 질문도 종종 받는데 (당연히) 늘 각자 응원한다.

함께 간 남산의 안중근 기념관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Q. 1년에 몇 번이나 만날 수 있는지? 돈이 많이 들지는 않는지?


A. 2008년 중국에서 8개월 정도 함께 있다가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후, 두 달에 한 번씩 서로의 나라를 오갔다. 2010년에는 남자 친구가 좋은 기회로 서울의 모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1년을 보냈고 2011년 3월부터 지금까지 나는 한국의 수도권에 남자 친구는 일본 교토에 살고 있다.  


그 이후로는 각자의 나라에서 5년 넘게 롱디 연애 중이다. 자주 만날 때는 한 달에 한 번씩 만나기도 했으나 둘 다 일을 시작하고부터는 2-3개월에 한 번 만나는 정도가 일반적이다.


다행히 항공료는 그리 비싼 편이 아니지만(18-30만 원 사이) 탑승 횟수가 쌓이니 하늘에만 몇 백만 원의 돈을 뿌린 셈이 되었다. 거기다 가끔 만나다 보니 열심히 먹고 열심히 노느라 적지 않은 돈이 나가긴 했다. 하지만 그만큼 만남의 횟수가 적다 보니 일반적으로 자주 만나 데이트하는 것과 전체적인 비용은 비슷한 것 같다.


스마트폰 보급이 아직이던 시절. 컴퓨터를 이용한 스카이프로 매일매일 영상통화를 했었다. 그래도 인터넷이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Q. 부모님이 뭐라고 하시는지?


A. 우리 집은 비교적 자유롭고 개인적이라 비교적 최근 남자 친구의 존재를 알렸다. 물론 엄마에게 먼저 정보를 흘렸고 그다음 아빠에게... 그리고 한 달 뒤 남자 친구를 집에 초대했다. 부모님은 물론 놀라셨다. 내 방의 각종 일본 물건들과 종종 날아오는 일본발 EMS에 살짝 의심은 했다고 하지만 설마... 하셨다고 한다.


두 분 모두 한국인이라면 어느 정도 갖고 있는 반일감정은 갖고 계시지만 개인에 대한 감정은 없으신 분들이라, 그리고 나의 더 이상 어리지 않은 나이도 한몫하여 반대하지는 않으셨다. 그러나 내가 일본으로 가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리 좋아하시는 것도 아니다.


다른 커플 이야기를 보면 한국 측이든 일본 측이든 반대하는 경우를 꽤 보았기에  너의 미래, 너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부모님들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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