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특별했던 공간들
클래식 공연은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시벨리우스 페스티벌 당시 국립도서관에서도 연주가 있던 것을 보았으나 미리 예매한 일정과 겹쳐서 가지 못했었는데, 아쉽지는 않지만 여러 공간에서 공연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깨닫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여하튼 여기서는 암석교회로 불리는 템펠리아우키온(temppeliaukion kirkko)과 칸넬마키 교회, 그리고 정체모를 건물에서 보았던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간략히 말해서, 이 공연들은 대체로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조금 딱딱한 무드를 벗어나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무대가 더 작아서 오히려 소리가 잘 들렸다고 생각한다. 다 좋았다는 얘기다.
아무래도 가장 추천하는 것은 템펠리아우키온 암석교회에서 공연을 보는 것이다. 원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공간이고 사실 10-15분이면 다 관람하는 관광지이지만, 음악을 듣게 되면 공연 입장료로 공연도 보고 교회 내부도 관람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 물론 자주 있는 기회는 아니지만,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경험해보라고 하고 싶다. 이때도 핀란드 라디오 오케스트라(FRSO)에서 페스티벌을 주관하고 있어서 조성진 독주를 보고 아래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그누스 린드베리(Magnus Lindberg)라는 핀란드 출신의 작곡가이자 지휘자가 한꺼번에 모든 걸 해치워 버린 연주회로서 핀란드 클래식의 동향을 알고 싶었던 나에게는 장소도 장소이지만 음악에 흥미를 느꼈다. 그러나 솔직히 고백하자면 너무 현대음악이라 조금 졸았지만, 그래도 바이올린 협주곡은 상당히 파워풀하고 인상 깊었다.
정체모를 곳이지만 분위기는 정말 좋았던 공간이었다.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과 시벨리우스 2번 교향곡 등을 연주했다. 헬싱키 오케스트라, 핀란드 라디오 오케스트라 등 여러 오케스트라 인원들이 모여서 작은 앙상블을 완성했다. 특히 시벨리우스 2번은 2019년 3월에 내가 직접 연주했던 곡이기도 해서 유심히 보고, 편곡된 점들을 느끼며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도 연주를 할 뻔했는데... 연주 대신 러시아 가서 발레만 열심히 봤다.
깐넬마끼 교회에서의 콘서트는 연말 자선행사의 느낌이 강했다. 헬싱키 오케스트라의 금토일 공연 중 하루 토요일을 교회로 장소를 잡은 무료공연이었는데, 프로그램북을 5유로에 팔며 수익금 전부를 기부하는 형태였다. 12월 초 공연이라 연말 일정이 막바지로 다다르고 있어서 하나라도 더 듣고자 했고, 공연장을 가면 학생 할인이더라도 10유로 이상을 꼼짝없이 내는 상황이라, 마음속에 '반드시 필' 자를 새기고 갔다.
프로그램으로 시벨리우스의 유모레스크 두 곡과 교향곡 3번을 연주하였다. 유모레스크 곡들은 시벨리우스의 초연 이후 공식적으로 연주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라고 하여(핀란드 말이라 자세히는 듣지 못하였고 친구가 대강 말해주었다) 그것 나름대로 즐김 포인트였다. 곡들을 듣다 보면 장중해지는 부분이 있어 종종 반지의 제왕이나 스타워즈 영화 음악들에 시벨리우스의 그림자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지금은 공연들이 취소되었지만 아래 사이트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yle.fi/aihe/rso-in-english/concerts-season-2019-2020
https://helsinginkaupunginorkesteri.fi/en/concerts 헬싱키 오케스트라
https://www.ticketmaster.fi/ 티켓을 예매하는 링크. 보통 오케스트라 홈페이지를 통해 들어갔기 때문에 크게는 상관없었지만
https://www.lippu.fi/ 이 사이트에서는 시벨리우스 페스티벌을 예매하여 좀 더 자주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