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대학 교환학생
2019년 12월 6일, 핀란드의 독립 기념일이었다.
이날을 표현하자면 한 마디로, 행진과 기다림. 낮에 아테네움 미술관(Ateneum)에서 패션쇼가 있다고 했는데, 너무나 큰 실망을 해서 기분이 조금 꾀죄죄 한 날이기도 했다. 가뜩이나 그런데, 캄피 1층에서 먹은 싱가포르 중국음식이 너무 기름지고 조금 더 먹으면 배탈이 날 것 같아서 최악이 될 뻔했지만 핀란드의 학생 문화를 느껴보겠다는 일념만으로 모든 것을 꾹 참았다. 행사 시작도 늦어서 손이 시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막상 기념일 행사가 시작했을 때 멀리서라도 핀란드 대통령도 보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핀란드는 나라가 참 작아서, 학생들의 활동이 도시의 큰 행사가 될 수 있음을 느끼며 부러우면서 다행이기도 했다. 대통령 궁 앞을 지날 때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며 학생들을 맞이하는 국가 원수를 보고, 왜 학생 사회의 일에 대통령이 나와줄까,라고 생각했고 나와 같이 행진하던 일본 친구들도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다양한 주체가 독립을 기념하지만 학생들이 행진은 그들이 핀란드 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대우받고 있다는 것도 느꼈다. 한국처럼 대학 캠퍼스가 일정 울타리 안에 있다면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다만 서울권 대학생들이 예를 들어 광화문을 행진한다 하면, 그 교통체증은 새벽까지 없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은 든다. 그래도 학생들이 정치의 주체로서 연설을 하며 일반인들에게 자신들의 말을 전달하는 것을 보며, 나를 포함한 한국 대학생은 대학 캠퍼스 안에서 연설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우리의 의견은 폐쇄적 사회에서 회자되다가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묵살되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핀란드가 러시아에 독립을 선언한 것은 1917년 12월 6일이다. 우리보다야 일찍이기는 하다. 얼마 전 해에 막 독립 100주년 기념행사를 하였다고 찾을 수 있었다. 러시아가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볼셰비키 혁명이 터지면서 차르(러시아 황제)의 정권이 전복되면서 러시아의 식민지로 있던 핀란드는 러시아 내부의 혼란 속에서 독립을 쟁취한다. 독립 후에는 러시아에서 근무 경력이 있거나 친러 세력이던 백군파, 사회주의 적군파로 나뉘어 핀란드도 분열이 되는 조짐이 있었으나 이내 백군파 세력이 우위를 점하면서 해결되었다.
*적군파는 사회주의자와 그 추종자라면, 백군파는 그것의 반대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다.
그리고 이날 처음 알게 되었는데, 핀란드 독립기념일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TV로 대통령 만찬 행사를 지켜본다고 한다. 대통령과 영부인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온 초대된 손님들을 한 명씩 인사하고 있었다. 카렐리야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나 핀란드와 스웨덴 북쪽에 사는 원주민인 사미 족들, 문화 예술 관련 인물, 외교관 등 다양했다. 그런 후에 그들이 입은 옷차림을 자기들끼리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북한 사람은 한복도 달라서 보자마자 북한에서 온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연말 연예대상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으나, 한국에서도 잘 안 보는 것을 이국 땅에서 다른 친구들과 보고 있으려니 어색하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