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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닢channip May 03. 2020

방울이 달린 핀란드 모자

핀란드 브랜드 2 코스토 Costo

 시외버스 터미널이자 지하철 역이자 대형 쇼핑몰이기도 한 캄피는 헬싱키의 디자인 디스트릭트를 둘러보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 코스토는 캄피에서 아주 가까운, 디자인 디스트릭트의 초입에 위치한 대표적인 핀란드의 디자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캄피를 끼고 골목길로 들어가다 보면 지하로 향하는 코스토 매장의 입구를 찾을 수 있다. 길을 헤매다 보면 여러 아웃도어 브랜드나, 종종 레스토랑이 보이는 가운데 코스토로 향하는 길은 바닥도 아스팔트 재질이라 마치 주차장 입구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코스토의 가장 큰 특징은 모자에 방울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장점은 방울들을 탈부착할 수 있다! 단추 형식으로 되어있어, 모자의 위쪽에 있는 홈에 옷을 여미듯이 자신이 원하는 색깔과 디자인의 방울을 달면 된다. 나름 튼튼해서 아무리 움직여도 떨어지지도 않으니 방울이 덜렁거려 없어질 걱정은 안 해도 괜찮다. 여담으로, 나는 손재주가 좀 없어서 저 방울을 혼자 달고 떼고 하지 못한다는 흠이 있다. 방울이 색깔별로 알록달록하게 있고 리플렉티브 방울(일명 반짝이)이 있어 밤에 모자에 빛을 비추면 반짝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본인이 원하는 모자 색과 어울리는 방울을 처음 살 때 고를 수 있고, 다른 색을 원하면 언제나 매장에서나 온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 브랜드의 가장 큰 장점은, 재활용된 천을 이용해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친환경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재활용이라고 하면 남이 사용한 것을 쉽게 떠올리곤 하지만, 여기서 재활용이란 옷을 제작할 때 버려지는 남은 천들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의류 산업에서 깨끗하지만 재단된 뒤에는 쉽게 버려지는 자투리 조각들을 모아서 또 다른 제품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입구에 쓰여있는 "Pure Waste"라는 브랜드 이름은 그러한 낭비되는 천들을 활용하여 의류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비롯되었고, 코스토는 이 브랜드에서 모자를 전문으로 담당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모자의 디자인이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아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 코스토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옛날 영국의 경찰 모자 같은, 길쭉하고 챙이 밑으로 내려간 형태이다(밑에서 두 번째 사진 정면 벽에 진열된 모자들). 보기만 하면 예쁜데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꼈다. 단순한 형태의 야구모자 같은 캡도 평범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신문배달부 모자나, 헌팅캡 모델들은 살만하다고 느꼈으나, 나 본인이 모자를 자주 쓰는 편도 아니라서 따로 사지는 않았다.

 가격대는 60에서 70유로 정도로, 한국 돈으로는 10만 원 가까이 하니 그리 싼 가격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이 브랜드에서 겨울 모자를 하나 장만했는데 평소보다 반값으로 구할 수 있었다. 코스토는 핀란드 디자인 브랜드 중에서 디자인 벼룩시장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각종 디자인 행사가 있을 때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부스가 설치되고 이때 할인된 가격으로 모자들을 판다. 물론, 이월상품들이고 원하는 색의 모자를 얻기 위해서는 행운도 필요하다. 하지만 한 번쯤 이색 모자를 구매하고 싶다면 종종 열리는 디자인 마켓들을 찾아가 보물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다양한 디자인의 모자들. 색깔도 많다!
모자만 파는 것이 아니다. 가방도 팔고, 방울처럼 가방의 커버도 탈부착 가능하다
요한나 글릭센의 천을 이용해서 만든 모자도 진열되어 있다. 지난번 포스팅에 올린 사진 중에도 코스토와 콜라보한 보타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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