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아이스하키팀 요커릿과 콘티넨탈 리그
2019 아이스하키 월드컵의 우승팀이 누구인지 아는 한국인은 아마 드물 것이다. 답을 말하자면, 핀란드가 캐나다를 3-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때만큼은 활발하지 않은 핀란드인들도 거리로 나와서 열광을 했다고 하니 아이스하키가 불러온 효과는 참으로 놀랍다고 할 수 있다.
북방의 스포츠를 관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 차에, 마침 대만 교환학생 친구들이 내게 같이 가겠냐고 물어와서 흔쾌히 수락했다. 하키장은 하트월 아레나로 헬싱키 기차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파실라(Pasila)나 일말라(Ilmala)에서 갈 수 있고 아니면 2번 트램을 타고 갈 수 있다. 나는 경기장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해서 파실라에서 내려서 걸어갔는데, 추운 11월에 구글맵이 작동을 제대로 안 해서 길을 잃어 조금은 서럽기도 했다. 파실라에서 가는 방법은 길을 잃기 쉬운 것 같다.
경기는 헬싱키 하트월 아레나를 홈으로 쓰는 요커릿과 러시아 하바롭스크 하키팀과의 대결이었다. 당연히 나는 여기서 궁금증이 생겼다. 하바롭스크는 러시아 극동 쪽의 도시이기 때문에 헬싱키보다 서울이랑 더 가까울 텐데 어떻게 경기를 할까? 나는 솔직히 하키에 대해 하나도 몰랐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싱가포르, 대만, 일본에서 왔기 때문에 모르기는 매 한 가지였다. 그래서 누가 퇴장을 당했는지도 잘 모르고 경기를 보다가 '어? 왜 6명이 아니지?'라면서 두리번거리다가 상황을 이해하고는 했다.
다음으로 발견한 것은 경기장 내부에 걸린 국기였다. 핀란드를 비롯한 러시아, 벨라루스, 중국, 카자흐스탄 등 여러 나라가 있었다. 러시아와 핀란드는 그렇다고 쳐도 최소한 중국이 아이스하키 강국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 왜 저기 걸려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는데, 요커릿이 콘티넨탈 리그에 속해있기 때문이었다. 북미의 NHL이 있다면 유라시아 대륙 전체에 걸쳐 있는 콘티넨탈 리그(Kontinental League)는 러시아 리그에서 확장된 국제 하키리그이다. 2007-2008 시즌을 기점으로 러시아 리그를 넘어 다른 나라를 끌어들이기 시작하였고, 요커릿은 원래 핀란드 국내 하키 리그팀이었지만 2014년에 이탈하여 리그에 들어가게 되었다. 요커릿이 핀란드인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도 핀란드 팀이 리그 내에서 유일하며 국가 대항전처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경기장을 찾은 러시아 팬들과 종종 다툼이 발생한다고도 하지만, 이날 경기는 너무나 일방적이었기 때문에 그럴 기미조차 없었다.
이날 경기는 5대 1로 요커릿의 쉬운 승리였다. 아이스하키의 특성상 몸싸움이 상당히 치열했다. 경기를 보면서 저 정도로 거친 파울을 하는데도 주먹이 나가지 않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 외에도 모르는 부분들이 많았다. 왜 저 팀은 페널티를 받았는지, 페널티를 받으면 어떻게 하는지 경험적으로 조금 터득하며 관전했다. 무엇보다도 요커릿이라는 팀 이름이 조커를 핀란드 식으로 읽은 것이고, 마스코트도 조커였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 나는 마치 코끼리 만지는 장님이 이런 기분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그렇지만 사실 경기장에 가는 이유가 경기가 아니라 그냥 놀러 가는 것 아닌가. 친구들이랑 앉아서 놀고, 아주 맛있는 핫도그를 먹으러 가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