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란드 여행
나와 친구들은 2019년 크리스마스이브부터 그 주 주말까지 핀란드 라플란드 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 우리가 4박 5일 동안 거점으로 삼은 도시는 '이발로 Ivalo'로 겨울의 핀란드를 체험하기에 가장 적합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규모는 매우 작지만 헬싱키를 오가는 공항이 있고, 사람도 많이 없어서 고즈넉이 북유럽의 숲을 즐길 수 있으며 관광도시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액티비티(스키, 허스키 썰매, 순록 썰매, 스노우 모빌 등)를 모두 할 수 있는 여행사도 있다. 숙소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는데, 우리는 숙소를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는데, 아파트라고 해서 걱정이 많이 되었으나 그렇게 작은 도시에 복층 아파트는 있을 리가 없었고 그냥 여러 단층집이 모여있는 주택 단지였다. 집주인도 친절해서 액티비티들을 문의하였더니 자신이 허스키 농장과 연결해줄 수 있어 허스키 썰매를 우선 예약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첫 번째 액티비티로 허스키 썰매를 하게 되었다. 원래는 4시간 코스로 썰매를 타기로 계약하였으나, 이날 기온이 높아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두 시간 코스로 조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춥고(기온이 영하 5도가량 되었다) 2시간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 결론적으로는 만족스러운 투어였다.
허스키 농장에서 개들을 위의 사진처럼 두 마리씩 데려와서 줄에 묶어둔다. 썰매 출발 전이라서 허스키가 팔팔했고, 개 중에는 문제아처럼 이름이 자주 불리는 허스키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이름은 '릴리'라는 아이로, 매번 인솔해주는 아저씨가 릴리가 샛길로 빠지려고 할 때마다 그 이름을 불러서 아직도 기억이 남는다.
썰매는 2인 1조로 한 팀을 이루어서 진행된다. 한 명이 서서 브레이크를 밟거나 뛰면서 오르막에서 추진력을 제공해야 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정말 앉아서 사진을 찍고 썰매를 즐기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서서 타는 것이 더 속도감이 있고, 썰매 뒤에 브레이크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썰매를 타고 갈수록 발판에 눈이 쌓여서 미끄러워 중심을 잃을 뻔도 했으나 계속 앉아만 있으면 눈도 맞고 바람도 맞고 가만히 있으니 추위가 더 느껴졌다.
허스키는 추울수록 더 빨리 달린다고 한다. 우리가 썰매를 탔던 영하 5도 정도의 기온으로는 땀이 나고 더워서 지치기 쉽다고 하니, 한국에서 사는 허스키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도 힘들어하는데 우리나라의 한 여름에 얼마나 고생을 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나는 처음에 앉아서 타며 사진을 찍었고 중간마다 친구와 교대했다. 썰매 하나만 지나갈 수 있는 조그만 숲길을 지나면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얼어있는 호숫가가 트여있었다. 다시 샛길로 들어와서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침엽수림 가지 위에 10 센티미터 정도 쌓여있는 눈을 툭툭 치며 허스키와 달렸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에는 인솔자가 직접 가져온 커피나 베리 주스를 쿠키와 함께 먹으며 쉴 시간이 있었다. 핀란드 전통의 원목 컵으로 커피를 마셔서 그런지 맛이 좋았다. 인솔자 한 명은 핀란드 토박이 아저씨였고, 다른 한 사람은 독일에서 일하러 온 청년이었다. 독일 친구는 라플란드로 여행을 매번 오다가 이곳의 자연이 좋아서 일하러 온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여행으로 즐기는 것과 일하는 것은 아무래도 다른 듯 싶었다.
참고로 나는 개띠이지만 개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기회에 나름 개띠로서 관계를 돈독히 한 듯도 싶다. 마음 한 편으로는 개들을 너무 고생시킨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한 구석도 있지만 이 녀석들에게도 즐거운 액티비티가 되었기를 바란다. 쉬지 않고 달리면서 똥 싸고 오줌 싸게 해서 뭔가 웃기면서도 안쓰러웠다. 그래서 다가가면 나름 비즈니스적으로 칼 같이 냉대하는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순록 썰매도 있다고는 하는데 허스키보다는 느리다고 해서 따로 액티비티를 진행하지는 않았다. 루돌프들도 썰매를 끌 때는 내가 봤던 허스키들처럼 빠르지는 않아도 뉘엿뉘엿 가겠지, 생각을 했다. 나는 허스키들 덕분에 숲 속 구석구석을 빠르고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