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
居士有鏡一枚, 塵埃侵蝕掩掩, 如月之翳雲, 然朝夕覽觀, 似若飾容貌者.
거사유경일매, 진애침식엄엄, 여월지예운, 연조석남권, 사약식용모자
거사가 거울 한 장이 있는데, 그것에 먼지가 점차 좀먹어 뿌옇게 되니, 마치 구름에 가린 달 같았는데, 아침저녁으로 거울을 보는 모습이 마치 용모를 꾸미는 것 같았다.
客見而問曰, “鏡所以鑒形, 不則君子對之以取其淸.
객견이문왈, "경소이감형, 부즉군자대지이취기청.
손님이 보고서 물으며 말하기를, "거울은 형상을 비추기 위해 있고, 그 목적이 아니면 군자는 거울을 대해서 그 맑음을 취하는 것입니다.
今吾子之鏡, 濛如霧如, 旣不可鑑其形, 又無所取其淸, 然吾子尙炤不已, 豈有理乎.”
금오자지경, 몽여무여, 기불가감기형, 우무소취기청, 연오자상조불이, 기유이호."
오늘 그대의 거울은 흐릿하고 안개가 낀 것 같아 이미 그 형상을 비출 수 없을 뿐 아니라 또 그 맑음을 취하는 바가 없는데, 그대가 오히려 비추는 것을 멈추지 아니하는 모습이니, 도대체 어떤 이치가 있습니까?
居士曰, 鏡之明也, 姸者喜之, 醜者忌之.
거사왈, 경지명야, 연자희지, 추자기지.
거사가 말하길, 거울의 깨끗함은, 고운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지만, 추한 사람은 그것을 싫어합니다.
然姸者少, 醜者多, 若一見, 必破碎後已, 不若爲塵所昏.
연연자소, 추자다, 약일견, 필파쇄후이, 불약위진소혼.
그러나 고운 모습의 사람은 적고, 추한 사람은 많으니 만약 누군가가 보았을 때, 반드시 이미 깨뜨리고 부순 후이니, 먼지가 끼고 흐릿한 바만 못합니다.
塵之昏, 寧蝕其外, 未喪其淸, 萬一遇姸者, 而後磨拭之, 亦未晚也.
진지혼, 영식기외, 미상기청, 만일우연자, 이후마식지, 역미만야.
먼지로 흐릿함은, 오히려 그 외의 것을 좀먹고, 그 맑음을 잃은 것은 아니하니, 만일 고운 사람을 만나서 이후에 그것을 문지르고 닦아도 또한 늦지 않습니다.
噫, 古之對鏡, 所以取其淸, 吾之對鏡, 所以取其昏, 子何怪哉.“ 客無以對.
희, 고지대경, 소이취기청, 오지대경, 소이취기혼, 자하괴재." 객무이대.
아, 옛사람이 거울을 대하는 것은 그 맑음을 취하기 위한 까닭이고 내가 거울을 대하는 것은 그 흐릿함을 취하기 위함이니, 그대는 어찌 괴이하다고 하시오." 손님은 대답할 수 없었다.
덧. 고등학교 때 였던가. 그때 경설을 읽을 때는 세상에 잘 생기지 못한 사람이 많으니, 다른 사람들을 존중한다면 굳이 남의 허물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했던 것 같다. 공부는 이렇게 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게으른 것을 합리화하는 것인가 싶으면서도 어색한 느낌이 있었다. 이번에 다시 공부하면서, 군주와 신화 관계로 해석하는 것을 보니, 군주의 허물을 너무 비추면 거울 같은 신하는 깨져버릴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을 들었는데, 이것이 더 명확한 설명이라고 생각했다. 경설이 처세술을 우의적으로 표현한 글이므로, 한비자의 세난편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밌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