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World

[SF 소설] EP.9

by 김경빈

“그럼 나머지 사람들은요? 온 월드 속 사람들이 가짜라면 진짜 사람들은...?”


끔찍한 생각이 정우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나의 파동이 된 원자가 온 월드로 들어가지 못했다면,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정우는 순간적으로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자신의 기준으로 그것은 살인이나 다름없었다. 지구의 인구 87억 명 중 온 월드로 입주한 수는 30억에 달했다. 그럼 30억이 넘는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게 살인을 당한 것이었다.

“왜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겁니까?”


정우는 속에서 올라오는 이물질을 억누르며 물었다.


“이렇게 흐릿한 사진은, 언론이 움직이는 순간 증거로서 큰 효력을 발휘하기가 힘들죠.”

“그렇더라도 시도는 해봐야죠! 자그마치 30억 명입니다. 지금도 늘어나고 있고요!”

“온 월드가 생겨나기 이전, 아시겠지만 인구 증가로 인한 환경, 식량, 갈등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지구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누구도 그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죠. 아마, 돈으로 세상을 주무르는 사람들에게 온 월드란, 그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도구였을 겁니다. 그들이 있는 이상, 이 문제를 세상에 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우는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나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간신히 참고 있던 이물질을 남김없이 몸 밖으로 쏟아부었다. 인간의 이기심이 이렇게까지 무서운 건지, 정우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일에 자신이 동참했다는 현실이, 너무나도 역겨웠다. 정우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두 팔로 바치며 입안에서 진동하는 시큼한 냄새를 맡았다.


“이틀 전 온 월드 사이트를 해킹하려는 시도가 있었죠?”


뒤따라 나온 황 박사가, 문 앞에 기대서서 물었다.


“당신들 짓이었습니까?”


입 주변을 손 소매로 훔치며 정우가 되물었다.


“새정이의 솜씨였죠. 아영 씨의 정보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남편이 한정우 씨라는 걸 알게 되었고. 온 월드 보호 프로그램 담당자로 일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협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협력한다면 얼마만큼의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알아야 했기에 당신이 만든 보호 프로그램을 해킹해 본 것이죠.”

“그래서 답은 얻었습니까?”

“한정우 씨를 모셔오자는 의견에 새정이가 적극, 동의했습니다.”


황 박사는 다시 한번 사람 좋은 웃음을 내비쳤다.


“저희는 어떻게든‘접속자’들과 접촉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해 왔습니다. 그들에게 위험을 전하고, 보호할 수 있으면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였죠. 처음에는 접속자와 A.I를 구분하기 힘들었습니다. 크리에이션 측에서도 A.I를 진짜 사람처럼 만들어야 문제가 되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A.I 들과 다르게 접속자들에게서만 발견되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A.I는 의심하지 않지만 접속자 들은 의심하기 시작하죠. 그 시기가 제각각 이기는 하지만 결국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상한 점을 얘기하거나 자신들의 SNS에 글을 남기는 등 자신이 접속자라는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아영 씨도 그러지 않았나요?”


아영과 있었던 일을 기억하기 위해, 정우는 기억을 더듬어봤다. 아영이 사라지기 일주일 전, 통화 당시, 사람들이 조금 이상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정우는 온 월드에 들어간 사람들의 성향이 바뀐다는 말을 종종 들은 적이 있다며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조언을 해주었었다.


“평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사람들이 조금 이상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게 접속자들이 남기는 흔적입니다. 저희도 그러한 정보들을 토대로 아영 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크리에이션 측이 먼저 움직인 것이죠.”

“근데 말에 어폐가 있지 않습니까? 애초에 A.I를 만드는 것이 온 월드라면 A.I가 접속자를 구분해서 크리에이션에 알려주기만 해도 쉽게 알 수 있을 텐데요.”

“처음 온 월드를 만들 때, 절대 바꿀 수 없는 규칙을 몇 가지 만들었습니다. 그 규칙들이 있었기에, 사람들이 온 월드를 더욱 쉽게 받아들이게 된 거죠.”


정우는 온 월드 법률 중 A.I는 개인의 정보를 삼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는 조항을 떠올렸다. 그리고 아영이의 말을 너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 자신이 짜증 나고 한심스러워 고개를 떨궜다.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정우 씨 잘못이 아니니까요.”

“말씀하시기를 아영이가 무사하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크리에이션이 접속자들을 데려가는 것은, 온 월드 연구를 완성해 자신들의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연구가 완성되기 전까지 접속자들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그들이 연구를 완성하는 순간, 기존의 접속자들은 감춰야 할 증거가 될 뿐입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잡혀간 접속자들을 빼내야 합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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