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소설] EP.8
리암이 제안한 일주일 동안 두 사람은 크리에이션 연구소에 머물다시피 했다. 온드림과 섞여 붉어진 물방울의 원자기록이 슈퍼원자컴퓨터에 저장되었고 드림오퍼레이드를 통해 온월드로 들어가는 것을 눈앞에서 한번 더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칠일째가 되는 날, 황 박사는 정원 분수대 앞 벤치에 앉아 들고 왔던 성경 책을 보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리암에게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하고 오는 길이야.”
조용히 옆자리에 앉은 신 박사는 시선을 분수대 쪽으로 하고 말했다.
“딸은 어떻게 하고?”
“같이 와야지, 리암이 문제 안 생기게 도와준대."
“그렇구나... 우리가 함께 연구하기로 한날 했던 약속 기억해?”
“창세기 1장 28절?”
“응, 우리는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다스릴 의무가 있어. 네가 말했듯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은 중요하니까, 그리고 온 월드가 현실의 연장선이 될지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아, 그래서 난, 지금 이 현실을 더욱 좋은 세상이 될 수 있게 노력할 생각이야.”
두 사람은 동시에 하늘을 응시했다.
"넌 그다음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 줘. 그게 그분의 뜻일 수도 있으니까.”
황 박사의 말에 정우는 말문이 막혔다.
“온 월드 안의 사람들이 가짜라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30년 전, 온 월드 연구를 도와줄 인원을 모집하기 위해 크리에이션의 대표 리암이 포럼을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나노과학분야에서 세계 각지의 유명한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죠. 그리고 저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온 월드 연구의 최초의 목적은, 인간이 알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탐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인구 증가로 발생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더해진 것이죠. 현실의 인간을 다른 차원으로 보낼 수 있다면, 인구 문제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테니까요.”
“본론만 말씀해 주시죠.”
다급한 마음에 정우는 황 박사의 말을 자르고 결론을 재촉했다.
“필요한 설명이니까,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정우는 답답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인내심을 불러왔다.
“온 월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저와 달리, 저와 함께 간 신소은 박사는 온월드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 박사는 여기 있는 새정이의 친모이기도하죠. ”
정우는 새정을 힐끗 쳐다봤다. 새정은 황박사의 말에 아랑곳 않고 드론 부품을 손보고 있었다.
“제 의견을 묻기 위해 신박사와는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덕분에 연구 진행과정을 알 수 있었죠. 연구가 막바지에 들어섰을 때 크리에이션에서는 몇 차례의 임상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첫 번째 임상실험의 지원자는 다름 아닌 신 박사였죠.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그녀는 자진해서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책임감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결과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거죠. 다행히도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온 월드에 들어간 신 박사는 이후로도 꾸준히 저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ㅇㅇ하지만 두 번째 임상실험을 진행한다는 연락을 끝으로 더 이상의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생겼다는 걸 직감한 저는, 온 월드 연구진 중 이안이라는 친구에게 신박사에 대한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신박사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변과 함께 연구소에 문제가 생겨 연락을 못하는 것이니, 우선 모르는 척해달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시점에 갑자기 신 박사에게서 메일이 한통 왔습니다. 위에서 세 번째 메일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황 박사는 60년은 돼 보이는 태블릿 PC를 정우 앞으로 내밀었다. 정우는 그것을 받아 들고 나열된 메일 중 세 번째 메일을 열어 확인했다. 2112년에 받은 메일 주소에는 SIN이라는 글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으로 메일의 발송자가 신 박사인것을 알수있었다. 메일 제목에는
‘속지 마 모든 게 가짜야, 그리고 새정이를 부탁해’ 라고 적혀있었다.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메일을 눌렀지만 안에는‘.’ 하나만 적혀있을 뿐 다른 내용은 없었다. 정우는 태블릿 PC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게 신박사에게 받은 마지막 메일입니다. 그 메일을 받고 몇 분 뒤, 초인종이 울려 나가 보니, 웬 꼬마 아이가 자신의 몸짓보다 큰 캐리어를 들고 현관 앞에 서있었습니다. 당시 11살이던 꼬마가 혼자서 먼 비행을 했더군요.”
정우는 소파에 앉아 드론을 정비하고 있는 새정을 다시 한번 쳐다봤다.
“그 어린아이가, 현관문 앞에서 한 첫마디가 뭔지 아십니까? ‘도망가야 해요.’ 였습니다. 엄마를 닮아 얼마나 똑똑하던지, 전후 사정을 묻는 제 물음에는 대답도않고 제 손을 잡아끌고 아파트를 나오더군요. 그리고 곧바로 수십 대의 검은색 차량 여러 대가 아파트 정문을 봉쇄는 것을 보았습니다. 핸드폰을 통해 집안에 설치해 둔 CCTV를 확인해 보니 그들이 무언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저는 직감 적으로 그들이 찾는 게 새정이라는 걸 알 수 있었죠. 그 뒤로 저는 새정이를 데리고 그들을 피해 숨어 지내며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크리에이션’ 을 조사한 결과, 온 월드 입주 후 갑자기 사라지는 사람들부터 김주원 전 대통령과 같이 사람들을 속이고 현실에 살고 있는 고위 인사들, 그리고 입주자들의 변하는 성격들을 토대로 ‘온 월드’ 속 인물들이 A.I 프로그램으로 실행되는 가짜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그럼 저에게 도움을 청한 아영이도 가짜라는 소리입니까?!”
“아니요, 가짜라면 그렇게 도움을 청할 리가 없지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온 월드 속 인물들 중 몇몇은 그 안이 가짜라는 걸 인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초로 들어간 신 박사는 저에게 '그곳은 진짜다' 라는 말을 했었죠. 즉 몇몇 사람들은 진짜로 온 월드 속에 들어간 것이죠. 그런 사람들을 저는 ‘접속자’ 라고 부릅니다. 아마 정우 씨의 아내분도 ‘접속자’ 였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