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 EP.7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겁니까?”
“하나의 파동이 되어 사라진 것을 붙잡기 위해서는, 사라짐과 동시, 다시 불규칙한 파동으로 바꿔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하나가 된 파동을 다시 개별적인 원자들로 바꾼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 말씀은 불가능하다는 말씀이신 거죠?”
“현실에서는 그렇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여러분들을 모시기 전, 실험을 통해 복원한 것이 있습니다. 여기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단상 뒤에 있는 대형 모니터가 켜지면서, 흰 바탕 가운데 붉은 점이 찍혀있는 있는 화면이 보였다.
“지금 보고 계신 것은 2진법으로 구성된 양자컴퓨터 속 세상입니다. 저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습니다. 찰나의 순간인 이 세상에서는 어렵지만 다른 차원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과거, 현재, 미래 가 공존하는 세상이라면 하나의 파동으로 된 원자의 시간을 멈추고 동시에 원래의 상태로 복원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 물음의 최종 결과가 이 안에 있는 붉은 물방울입니다. 그리고 저는 저 세상을‘온 월드’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저 붉은 점이 현실 세계에 있던 물방울이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컴퓨터 속에 있다는 말부터가 프로그램일 뿐이라는 것인데, 그것이 현실에 있던 물질이라니요?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씀을 하시는군요.”
질문자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눈치였다.
“‘온 드림’으로 원자의 성질을 바꾼다는 것까지는 이해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온 드림’의 역할은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기존의 원자들의 형태를 기록하는 것이죠. 그렇게 기록된 데이터는 슈퍼원자컴퓨터로 전송되어 ‘온 월드’ 속에서 형태를 잡아놓게 됩니다. 마치 테이터처럼 말이죠. 하지만 일반 데이터와는 달리, 누군가의 의도가 담기지 않은 현실 세계에 있던 독자적인 데이터값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저장된 데이터 값을‘드림 오퍼 레이드’를 이용하여 ‘온 월드’ 속으로 재 구성 시키는 것이죠.”
가만히 지켜보던 황 박사는, 수많은 질문들로 가득 찬, 머릿속 때문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저것을 원래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재구성되는 순간부터 그것은 새로운 창조물 아닌가? 그럼 현실에 있던 물방울은, 그저 온 월드 속 물방울을 만들어내기 위해 바쳐진, 제물인 것은 아닌가?’이런 윤리적인 물음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황박사가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신박사가 입을 열었다.
“재 구성 되었다는 것부터가 원래의 것이 아닌 거 아닌가요?”
“지금 여기 계신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한계가 3차원에 속해있기에 이해할 수 없을 뿐, 저 안에서의 물방울은 액체이며, 마시면 갈증이 사라지고, 뜨거우면 증발하는 물방울입니다. 현실에서와 똑같은 물방울인 것이죠.”
황 박사는 들을수록 미친 소리 같았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얘기였기에 반박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저것이 진짜라고 해도 인간의 윤리라는 것은, 정상적 사고를 가진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주에 있어야 하는데, 저것은 대부분의 인간은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는 범주에 속한 이야기였다.
“그럼 가설일 뿐이 군요, 그 말이 사실로 밝혀지려면, 누군가가 저 안으로 직접 들어가 저게 진짜 물방울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무슨 근거로 그렇게 확신하시는 건가요?”
“피타고라스가 주장한 지구 구형론이, 처음부터 받아들여지지는 못했죠. 하지만 그것을 확신하고 연구여, 증명해 낸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제는 누구나, 지구가 둥글다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제 연구에 대한 확신이 나중에 가서 틀렸다고 밝혀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그것이 틀렸다는 것도 알 수 없지 않겠습니까?”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어떻게 어떻게 됩니까?”
아림박사가 물었다.
“조그마한 크기의 유기체로 시작하여 조금씩 크기를 늘려가는 실험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크기가 커질수록, 그 안에 들어있는 원자의 개수도 늘어나기 때문에 시간도 그만큼 오래 걸리겠지요. 그렇게 되면 제 살아생전에 이 연구를 끝마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제안을 한 가지 드리려고 합니다. 저의 연구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온 드림’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원자들의 성질을 바꿔줄 수 있는 나노로봇이 필요합니다. 특히 황 박사님과 신박사님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겨우 바꾸어 놓은 원자의 성질이 분열된 세포에서 달라지면 안 되니까요.”
포럼장안에 긴 침묵이 이어졌다.
“인간의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150년 전까지만 해도 60살까지였던 인간의 평균수명이 22세기인 지금은 200살에 가까워졌으니까요. 하지만 인구증가로 인한 문제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많은 국가에서 환경문제를 보도하고, 해결 방안과 기술을 도입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완벽한 해결 방안은 나오고 있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온 월드’가 그 해결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결정하시라는 것은 아닙니다. 일주일간 머무시면서 충분히 생각한 후 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오셔도 좋고 저희 연구소를 방문하셔서 진행 과정을 지켜보셔도 좋습니다.”
리암의 인사와 함께 포럼은 끝이 났다. 황박사와 신박사는 점심도 거른 채 정원으로 나가 포럼장에서 들은이야기를 곱씹었다.
“어떻게 생각해?”
신박사가 물었다.
“이론상의 얘기일 뿐이라고 생각해.”
“그 이론의 가능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 우리들이 하는 일이잖아.”
“리암이 하는 말이 뭘 뜻하는지 몰라서 그래?”
“알아,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인간들이 정한 중요함의 기준이 전부 뒤바뀌겠지,‘온 월드’가 완성되기만 한다면 세상의 확장인 거니까. 우주 정거장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다른 행성을 찾아가는 것도 아닌, 말 그대로 무에서 유의 확장이 되겠지, 거기다 게임 같은 세상이라면 땅은 무한할 거고, 자원의 고갈도 없겠지, 아픈 곳은 한순간에 낳을 거고, 아니, 아예 아픔이란 게 없을지도 몰라, 그리고 필요한 물건들은 순식간에 뚝딱 만들어질 거야.”
“리암이 나쁜 마음만 먹으면 그 세상의 신처럼 군림할 수 있는 거야.”
“‘온 월드’라는 세상을 유지시키는 현실 세상이 존재하는 이상 아무도 그럴 수는 없을 거야. 이 현실이 존재하지 않으면 그곳도 존재할 수 없는 거니까. 아무의 간섭도 안 받는 A.I를 만들어 온 월드를 관리하게끔 만들어도 되는 거고.”
“아무리 많은 실험을 통해 A.I의 안전이 증명되었다고 해도 아직은 몰라, 인간이 자만하는 순간 문제가 생기겠지, 그리고 난, 현실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세계라는 게 받아들이기 힘들어, 정말 그곳에 간 것들이 현실에 있는 것과 동일시할 수 있는 거야? 그리고 정말 그렇다 한들 사람들이 그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현실 없이 존재할 수 없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지. 그저 현실의 연장선이 되는 것뿐이야.”
“넌, 이게 그렇게 쉽게 정리가 되는 거야?”
“아니, 그냥 정리해 나가고 싶어, 가능한 일인지 아닌지, 가능하다면 이 현실을 어디까지 연장시킬 수 있는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싶어.”
“난...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