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World

[SF소설 ] EP.6

by 김경빈

“안녕하세요, 한양대에서 나노로봇 연구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황찬’ 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저기 앉아계신 분은 저와 공동 연구 책임자로 있는 ‘신소은’ 박사님이십니다.”


신소은 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나노로봇을 통해, 세포 분열과정에서 발생되는, 변의 염색체를 찾아 절단하고. 절단된 부분을 이어,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연구입니다. 자세한 건 자료를 보며 설명드리겠습니다.”


황찬의 신호에 맞춰 띄워진 화면에는 실험 쥐들을 상대로, 임상 실험을 한 결과가 나타났다. 암세포부터 화상까지 다양한 상태의 병들과 상처들에, 호전 반응을 보였다는 자료였다.


“보시는 바와 같이, 현재까지 진행된 동물 실험 단계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1시간 동안 이어지는 황 박사의 발표에, 모든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저희의 최종 목표는 인간의 기본 수명 연장과 더불어, 젊음의 기간을 늘리고, 치매와 암 등 인간이 겪어왔던 병들에서 해방되는 것입니다.”


황 박사의 강연이 끝나고, 사람들의 열정적인 질문 세례가 시작되었다. 배고픔을 잊은 열띤 토론으로 인해 시간은 오후 3시가 넘어갔다. 뒤늦은 점심을 먹은 사람들은 포럼 시작 전 리암이 얘기한 크리에이션의 연구 성과와 자신들에게 한다는 제안을 듣기 위해 다시 포럼장으로 모였다.


“지난 3일 동안 정말 귀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들과 토론하며 나누었던 대화들은 어떤 천금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진식의 창고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리에이션의 연구 성과를 꺼내는 것으로 지식의 창고를 닫으려고 합니다.”


사용인 중 한 명이, 검은 천에 쌓여있는 물체를 단상 위로 끌고 나왔다.


“소개합니다. 모든 인간들의 꿈의 시작‘온 드림’입니다.”


물체를 감싸고 있던 검은 천이 거둬지자, 네모난 투명 유리 상자가 나타났다. 상자 안에는 가운데를 중심으로 뾰족한 형태의 바늘이 동, 서, 남, 북 네 방향으로 놓여있었고. 네 개의 바늘 가운데로 한 방울 정도의 붉은 액체가, 중심을 향해 모여들 듯, 뭉쳐지며 공중에 띄워져 있었다. 그리고 유리 상자 아래로는, 물방울의 성분을 나타내는 화면과 3개의 버튼이 달려있는 기계가 있었다.


“모두 아시다시피 세상의 모든 것들은 입자와 파동, 즉 원자로 이루어져 있죠. 그리고 다른 성질을 가진 원자들이 서로 밀어내기 때문에, 모든 것들은 형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온 드림’ 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원자들의 모든 파동을 일치시킬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리암은 발걸음을 옮겨 기계 앞으로 갔다.


“하지만 원자라는 것들은 극 저온 상태로 들어가지 않으면 그 파동을 조율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자 두 개를 가지고 계속해서 실험을 해 왔습니다. 우선 양자 컴퓨터로 두 개의 원자 주위에 돌고 있는 전자의 거리를 파악하고 전자끼리의 움직임과 성질을 조사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그것만으로도 거의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더군요. 하지만 그렇게 도출해 낸 결괏값을 확인한 저는,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원자 안은 그야말로 하나의 우주나 다름없었으니까요.”


리암은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이 본 것을 회상하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두 개의 원자 안의 우주들은 독자적이고도 규칙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자 매우 불안했습니다. 이렇게 개별적인 우주를 정말 하나의 파동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10년이 넘는 연구 끝에, 두 원자 주위에 도는 전자의 성질을 동일시하게 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꿈속으로 들어가는 것과도 같은 발견이었죠. 그래서 이것을‘온 드림’이라고 이름 붙이게 되었습니다.”


그때 황박사 옆에 앉아있던 이안이 손을 들었다.


“네, 질문하시죠.”

“원자 주위에 도는 전자는, 지금까지 1과 0 즉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같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파악할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다는 게 정설입니다. 그런 전자의 모든 위치를 파악하고 예측해 하나의 파동으로 바꾼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것도 극저온이 아닌 상온에서, 수백만 개의 원자들을 말이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이 ‘온 드림’ 입니다. 그리고 그 파장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지금 보시는 이 ‘드림오퍼레이드’ 를 통해 가능합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크리에이션 연구 직원이 아니시기 때문에 지금은 해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다들 궁금한 점이 많으시겠지만 우선 이걸 봐주시죠.”


기계의 달려 있는 버튼 중 하나를 리암이 누르자, 찰나의 번쩍임과 함께 유리 상자에 있던 붉은 물방울이 사라졌다. 그리고 물방울의 성분을 나타내고 있던 화면에는 아무런 기호도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엄기문을 제외한, 포럼장 안의 모든 과학자들은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빠르게 이해했다. 성분을 나타내는 표기판에 아무런 기호도 표기되지 않는다는 것은, 유리상자 안이 진공 상태라는 것을 뜻했고. 붉은 물방울은 기체가 된 것이 아닌 저 상자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걸 말하고 있었다. 장내는 다시 웅성거림으로 가득했다.


“어디로 간 거죠?”


신박사가 물었다.


“알 수 없습니다. 여러분 바로 옆에 있을 수도 있고, 지구 반대편에 있을 수도 있겠죠.”

지금 한 리암의 말이 사실이라면 ‘온드림’ 은 세상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지금까지 이룩한 인간의 모든 발전을 깡그리 무시할 수 있는 차원을 넘나드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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