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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아 로 Feb 08. 2023

반달 동안 태국 남부 여행 일기_ 1월 11일

기복 여행의 시작


반달 동안 태국 남부 여행 일기_

1월 11일 기복 여행의 시작



배를 타고 강 아래쪽으로 이동했다.



일하기 싫어하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는 선장이면서 승무원인 한 남자가 시원한 물을 주었다. 목마른 참에 반가웠다.






맑은 하늘과 내리쬐는 태양의 빛과 선선한 강바람과 시원하면서도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물이 오늘 아침부터 있었던 많은 일들을 어젯밤 꿈처럼 옅게 해주었다.


‘이게 진짜야. 이마에 맺힌 땀과 눈에 들어오는 광경과 이 시원한 물맛이 진짜야.’


아침에 있었던 일들이 꿈같이 멀게 느껴졌다.




기복이 심한 여행의 시작이었다.



서서히 배가 선착장에 도착하고 무거운 짐도 내렸다.


잠깐 관광을 갔다 들어오는 듯한 외국인 부부 투숙객이 로비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미소를 지으며.

마음에 흐르는 여행의 즐거움과 여유가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온 것 같았다.



공항부터 여기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오는 내내 계속 낑낑거리며 끌고 온 캐리어도 호텔 직원 손에 넘어갔다.



이제부터 나에게도 여행의 여유가 흐를지도 모를 일이다.

내릴 비도 다 내린 듯했고 울 일도 더는 없는 듯했다.





저녁 7시



결국 울었다. 오랜만에 펑펑 울었다. Air Asia 직원은 친절했다. 하지만 눈물이 났다.





숙소에 도착해 다시 영어로 많은 곳에 전화해야 했다.

롬프라야의 티켓 취소와 환불을 위해.

그리고 Air Asia의 결항 확인서를 받아 아고다로부터 숙박비를 환불받기 위해.



호텔 체크인을 하고 롬프라야 회사에 먼저 전화했다. 코팡안에서 나오는 배를 이 회사를 통해 예약했는데 코팡안에 못 가고 우리가 여기 있으니 취소할 수밖에.


한 푼이라도 돌려받으려면 전화를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짜장면 한 그릇도 전화를 못 해 못 시켜 먹는 이상하리만큼 소심한 나인데(이 당시는 코로나 전이라 배달 앱보다 전화가 빨랐다) 비슷한 영어 실력에 그나마 형규보다 내가 더 잘 알아들어서 출국 전부터 지금까지 영어로 된 통화와 대화는 다 내가 하고 있었다.




메일로 환불 사유를 보내면 환불해준다고 했다.


바로 보냈다.


메일 발송 후 확인차 한 번 더 통화를 했다. 환불까지 3주가 걸린다고 기다리라던 그들은 한국에 돌아와 이 일기를 쓰는 3월 중순에도 환불해주지 않고 있다.

(이후 다시 메일을 보내고 결국 환불받았다.^^)




자 그다음은 아고다 숙소를 해결해야 했다.


끄라비에서 랍스타 한 끼 먹었다 치려고 했는데 아고다 한국인 직원이 비행기 결항 확인서를 주면 아고다에서 환불해줄 수 있도록 힘써 보겠다고 했다.


기대에 차서 Air Asia에 통화를 시도했다.


많이많이 기다려서 통화가 연결되었고 결항 확인서를 달라고 하니 그런 건 없단다. 나한테 보내준 메일이 전부라고. 그러면 왜 내 동행인 형규에게는 메일이 없냐고 형규 이름이 들어간 메일을 보내 달라고 하니(아고다 예약을 형규가 했기 때문에 그게 필요했다) 안된단다.



왜? 몇 번이나 같은 말을 친절하게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지만


단호했다.


그 쉬운 것을. 왜 안 해줄까. 알았다고 할 수밖에.



무언가 대단히 힘들었다.


오래 기다려온 내 여행에게 서운했다.



내가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지만 울만큼 서운했다. 그래 봤자 고작 이틀 숙박비 정도인데 그걸 환불받으면 왠지 망친 여행의 시작을 바꿀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매달렸던 것 같다.




하루가 길었다. 아무것도 안 한 하루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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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방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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