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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아 로 Jan 16. 2021

일 년 미리 쓰는 미래 일력 -하수구에 있는 머리카락을

2022년 1월 13일 목요일

하루를 곱씹는 중(성격에 관한 에피소드 1화 참고)


일 년 미리 쓰는 미래 일력

2022년 1월 13일 목요일


자꾸 쳐지고,

몸이 무겁고,

하는 일마다 제멋대로 굴러가서

오늘 하루가 우울하다면


하수구에 있는 머리카락을 꼭 뜯어내세요.


방법은 이렇습니다.

오늘의 지치고 힘든 일들, 날카로운 나의 감정, 갑갑한 몸뚱이를

따뜻한 물로 씻어내고 머리도 박박 감습니다.

씻는 동안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잡도리한 생각을 흘러내리는 물에다 모두 때려 넣습니다.


그리고 깨끗하게 헹굽니다.

고생한 만큼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질 겁니다.

슬퍼하거나 아까워하지 말고 다 하수구로 빨려 들어가게 둡니다.


뽀득하게 씻고 나면, 욕실 안에서 닦고 바디로션도 바르세요.

그리고 욕실 벽에 시원한 물을 뿌려 붙어있는 머리카락을 다 하수구로 보내버리세요.

로션을 발라 손이 미끌거려 손을 씻고 싶은 마음이 들 겁니다.

손을 씻기 전에 하수구에 있는 머리카락을 다 뜯어내세요.

구질구질 엉켜있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쓸어 모아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그리고 따뜻하고 깨끗한 물에 손을 씻으세요.

그 개운함을 느끼세요.


안 해봤다면 꼭 해보세요.

다 뜯어내고 난 후 손을 씻고 나면 오는 그 속 시원함.

안 해봤다면 꼭 해보세요

구질구질한 하루를 다 정리하고 후련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습니다.


(일 년 뒤의 내가 우울할까 봐, 이 좋은 것을 까먹고 못 자고 있을까 봐 일 년  전의 내가 기록해둘게요.

그리고 꼭 머리카락을 안 치우고 나오는 나의 동거인을 위해서도 기록해둘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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