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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아 로 Jan 23. 2021

일 년 미리 쓰는 미래 일력 -양갈래 머리는 나에게

2022년 1월 17일 월요일

일 년 미리 쓰는 미래 일력 -양갈래 머리는 나에게 여럽지만.

2022년 1월 17일 월요일


어릴 때부터 양갈래 머리 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자주 못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스스로가 여럽다고 느껴져서.

글을 쓸 때 무엇인가 은유적인 표현을 쓰고 싶어도 잘 안된다.

스스로가 여럽다고 느껴진다.


뼛속부터 예쁜 아이돌들이 양갈래 머리를 하면 아주 그냥 찰떡 같이 잘 어울리는 것처럼,

정말 좋은 이야기는 오그라드는 표현으로도 가슴을 후비게 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지만 입 밖으로, 손가락 사이로 잘 나오지 않는다.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고치면 더 자연스럽게 나오리라고 생각하지만,

또 한편으로 정말 그럴까 싶기도 하다.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천재들은 스스로 천재인 것을 알아본다던데.


글이 안 써질 때는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이 안 그려질 때는 글을 쓴다. 글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렇게 쓴 글과 그림은 참 별로다.

처음부터 쓰고 그리지 말았어야 하는 건가 싶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회의적인 평가를 내리는 날에는 과거의 내가 완성한 책을 꺼내 읽는다.

그 책을 만들면서 스스로에게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평가를 참 많이 하고 자책하고 우울해했지만

그런 비난을 꾹꾹 참고 견뎌서 만들어낸 내 책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 속의 글들이 여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속의 내가 진짜 나인 것 같고,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있는 지금의 나는 ‘내속의 부정적인 평가가 만들어낸 나’인 것 같다.


완성하는 게 중요하다.

아주 꾹꾹 밟아 누르고 있는 내 시선을 견디면서 삐죽 튀어나오는 이야기를 어떻게 서든 달래고 다듬어 완성해보는 것이다.

그런 책 한 권은 있어야지.

자신감이 떨어지려고 해도 순간 나의 글을 믿기로 한다.


*여럽다

행동이나 옷차림 등이 나이에 맞지 않아 주책맞다. 혹은 부끄럽다.라는 뜻의 부산지역 방언.

(예: 이 땡땡이 무늬 나한테 쫌 여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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