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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아 로 Jan 30. 2021

일 년 미리 쓰는 미래 일력 -내가 해내야 하는 모든

2022년 1월 22일 토요일

내가 해내야 하는 모든 일.


일 년 미리 쓰는 미래 일력

2022년 1월 22일 토요일


아디다스 조거 트레이닝팬츠의 허리춤 안쪽에 허리둘레를 조절할 수 있도록 끈이 들어 있다.

양쪽 구멍으로 나온 끈을 허리에 맞게 잡아당겨 매듭을 지어 놓으면 바지가 흘러내리지 않는다.


사실은 안에 끈이 없어도 바지는 흘러내리지 않는다.

그래도 예의 상(누구를 위한 예의인가?) 끈을 당겨 구멍으로 빠지지 않도록 매듭을 지어 놓았다.

그런데 한참 그림을 그리다가 허리를 펴고 보면 매듭 하나가 구멍으로 들어가 있다.

다시 빼놓고 한참 그림을 그리다 허리를 펴고 보면 또 같은 쪽 매듭 하나가 구멍으로 들어가 있다.

매듭이 작게 묶어져 그런가 싶어 한 번 더 묶으려고 보니

구멍이 크다.


구멍이 크니까 자꾸 그쪽으로만 빠진다.

 


오늘은 토요일

이틀간은 주말, 나에게는 평일보다 더 힘든 날이다.

아이와 함께 있는 날이라 그림 그리고 글 쓰는 일 외에 육아와 가사를 같이 해야 한다.

그림과 글, 육아와 가사가 똑같은 크기로 매듭을 지었지만 주말에는 자꾸 육아와 가사의 매듭이 구멍으로 빠진다.

그 구멍이 크다.

아이가 있으면 어쩔 수 없다. 구멍이 구멍이 커진다.

내가 해내야 하는 모든 일.

그러니까 그림, 글, 가사, 육아는 모두 한쪽 구멍으로 빠진다. 육아의 구멍.

그래서 주말이 힘든가 보다.

적절~하게 하면 좋을 텐데.

 


사실 끈은 처음부터 필요 없었다.

매듭도 구멍도 필요 없다.

뚱뚱한 내 뱃살이 바지를 딱 잡아주고 있다.



매듭짓지 말자.

육아도 그림도.

뚱뚱한 내 뱃살이 딱 버텨주니까 뱃살을 믿고 주말을 보내보자.

아디다스 조거 트레이닝팬츠는 내 주말 교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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