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사이 Jul 26. 2019

집을 포기하는 일이, 차라리 쉬웠어요.

영화 <소공녀>를 보고.

미소에게는 3가지의 안식처가 있다. 위스키 한 잔과 담배, 그리고 남자친구.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일당 45,000원으로 월세와 밥, 위스키 한 잔의 값, 담배, 그리고 한약에 돈을 쓰고 나면 겨우 조금의 돈이 남는다. 그러다 일당은 그대론데 월세부터 담배값, 위스키 값마저 올라버리자 결국 집을 포기하게 된다.


미소는 단칸방을 정리하고 나와 예전에 함께 했던 밴드 친구들을 한 사람씩 찾아간다. 모두들 자신의 삶을 살아가다보니 그런 것이겠지만, 친구들은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친구들의 집에서 잠시동안씩 묶게 된다. 회사를 다니고,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는 등 달라져버린 상황 속에서 달라진 모습들, 그렇게 다른 삶을 생각하다보니 긴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지만 하룻밤 혹은 며칠밤 동안 미소는 그들에게 과거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했고, 밥 한끼와 청소, 그리고 공감을 통해 위로가 되어 주었다.  


집은 없지만, 안식처가 있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자신을 숨기고 살지는 않았다. 어쩌면 미소라는 사람은 집이 없는 삶은 견딜 수 있어도, 안식처가 없거나 안정만을 추구하는 삶은 견딜 수 없던 것일지도 모른다. 미소에게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평범한 것이다.


내가 그렇게 다른가?


평범이라는 말은 모든 사람이 비슷한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틀을 정해놓는 말로 쓰일 때가 있는 것같다.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는 평범이라는 기준과 많이 다른 사람을 볼 때, 바람든 것 같거나 특이해 보일 수도 있다. 지만 평범이라는 기준은 자신이 세운, 자신의 기준이다.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는. 미소의 기준에서는 오히려 너무나도 많이 달라진 친구들의 모습이 놀라워 보일수도 있지 않을까.


결국 미소는 휴대폰이 끊기고, 한약을 먹지 못해 백발에 더욱 가까워진 머리 색을 하고, 텐트를 치고 살게 된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평범이라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대출을 하고 집을 구하는 일보다, 나의 안식처를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미소. 그리고 그런 미소를 통해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과 내가 지키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 <소공녀>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에서 산다는 이유로 견뎌야되는 불평등은 없어야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