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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Aug 05. 2019

마음이 아플 때도 충분히 아파야 나을 수 있다.

털어버려.


나는 지금도 털어내라는 말이 가장 어렵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상처를 털어낼 수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으니까. 나에게 상처는 그냥 상처였다. 쉽게 웃어넘길 수 있는 말도, 달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도 아니었다. 조언이나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 누군가가 지적한다면 그것은 두 번 다시 하지 않도록 노력하니까. 내가 넘기지 못하는 상처는 이런 거였다. 장난 속에 섞여있는 비난이나 나를 무시하는 말들, 내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말들, 혹은 그저 인신공격들.


적어도 나는 욕을 한다고, 술을 마신다고 풀리지 않았다. 소리를 빽 지른다고 털어지지도 않았다. 심지어 잠을 자도 풀리지 않았다.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자 처음에는 나는 나 스스로 예민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민한 내가 잘못인 줄 알았다. 장난이라는데 웃어 넘기지도 못하고, 미안하다는데 용서하지도 못하니까. 그래서 차라리 예민한 나를 인정했다. 원망하고 자책해봤지만 결국 나를 원망하고 사랑하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졌으니까. 그럴바엔 나는 마음도 몸이 아플 때처럼 충분히 아프고, 낫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몸이 아프게 되면 겉으로 티가 나고, 표정이 좋지 않으며, 병이나 상처가 모두 나을 때까지 붓고 통증이 느껴진다. 다 나을 때까지 아프다가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음에 병이 생기거나 상처가 생겼을 때는 대부분 그러지 못한다. 물리적인 상처가 아니기에 보이지도 않고, 그래서 아프다고 말하는 일도 어렵다. 아프다고 외치고 싶어도 "너만 힘들어? 다들 그 정도는 참으면서 살아. "라는 말들에 눌리고, 참아내려 한다.


회복하려는 노력도 다르다. 몸이 아플 때는 몸이 다 나을 때까지 휴식도 취하고, 병원도 가고, 약도 먹는 등 몸이 낫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마음이 아플 때는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참는다. 또 몸이 아플 때는 스스로를 원망하지 않으면서, 마음이 아플 때는 스스로를 원망한다. 약하다고, 털어내거나 무시하지 못한다고. 회복하려는 노력보다 강하지 못한 스스로를 다그친다. 


사람의 마음은 때릴수록 단단해지는 철이나 뗀섹기가 아닌 것을 알아야한다. 도를 지나친 무례한 말에는 "지금 그 말에 상처받았다"고 되도록 상대방에게 말해야 하고,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최소한 스스로 지금 괜찮지 않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괜찮다며 넘어가는 것은 나를 위해서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스스로 낫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스스로를 다독여주어야 한다. "나만 힘든 것은 아니지만, 나도 힘들다고."


아플 때는 충분히 아파야 한다. 몸이든 마음이든 아프다는 것은 몸이나 마음이 나에게 아프다고, 돌봐야 한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니 충분히 아프고, 그런 다음 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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