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친구, 연인에 상관없이 함께 살아가다 보면 의견이 맞지 않아 충돌하고, 싸우게 되는 일이 생긴다. 한 끼 식사를 정하거나 물건을 구매하는 비교적 작은 문제부터 여행, 제테크, 이사 심지어 (연인의 경우) 결혼과 같은 큰 문제까지 우리는 문제나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도, 생각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의견이 맞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견이 맞지 않고 싸우게 될 경우 직설적으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이 '나만 참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참는 사람들도 있다. 성격적인 부분도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싸움이나 화가 부정적인 감정이고, 싸움은 나쁜 것이라고 배우면서 자란 것도 한 몫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내가 참고 넘어가지 뭐.'라고 속으로 되뇌이면서 화를 내야 하는 상황에 속으로 삭히고 넘어갔다. 나만 참으면 지나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내가 참아서 싸우지 않고 넘어간 문제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얼굴 붉히고 서먹해지기 싫었고, 어떤 사람과는 싸움때문에 그 사람을 잃게 될까봐 두렵기도 했다.
문제는 언제까지고 참고만 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싸우지 않고 넘어갔던 문제들은 겉으로는 지나간 듯 보였으나 지나가지 않았었다. 그때의 문제는 서로의 습관 속에 남아있었고, 참았던 내 마음에도 남아있었다. 그러다 비슷한 문제가 생기거나 그 사람과의 갈등이 깊어지면 어김없이 그때의 문제들이 생각났다.
나만 참으면 관계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믿고 참으려 하지만, 사실 참고 말을 하지 않으므로 인해서 서로 대화를 하고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단지 그 문제의 해결 기회를 놓치게 되지만, 결국 그 관계를 놓치게 되는 것과 같다. 참고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관계의 끝뿐만 아니라 그렇게 참는 마음은 다른 방식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너무 과도한 스트레스나 화병,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병에 걸리거나, 각종 방어기제를 사용해 자신을 보호하려 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그 관계의 끝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그렇기에 제대로 싸우는 방법은 우리의 관계 그리고 나를 위해 필요하다.
화는 무례한 사람이나 상황으로부터 나의 선의 여기까지라고 말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화의 제 기능을 살려 '제대로' 화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즉, 상대방에게 큰 소리를 지르거나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대화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의 내 감정, 내 생각은 이랬다고 상대방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예를 들면나는 너가 약속 시간에 늦어서 화가 났다, 매번 약속에 늦는 너를 보면서 나는 너가 나와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같았다처럼.
이 방법은 나 전달법(I-message)이라고 하는데,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내가 느낀 감정을 이야기하여 내 입장을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내 감정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상대방을 이해시킬 수 있다. 이 방법만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제대로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하고, 내 감정을 이야기하며,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참고 살아가는 것이 좋은관계가 아니라, 제대로 이야기하고, 또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싸운 뒤에 화해도 하며 서로에 대한 앙금없이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관계가 가장 좋은 관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