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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Aug 23. 2019

만약 내일 내 삶이 끝난다면?

영화 <나우 이즈 굿>을 보고.

많은 사람들에게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의식하며 살지 않아도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고, 올해가 끝나면 내년이 시작된다. 하지만 테사에게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녀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즉, 암을 앓고 있기 때문에.


테사는 화학치료를 그만두고 남은 인생을 본인이 하고싶은 일을 하며 보내기로 한다. 처음의 테사는 무모하고 불법적인 일에 도전한다. 원나잇스탠드, 마약, 절도, 무면허 운전 등. 리스트를 만들고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이라며 막무가내로 행동한다.


그러다 아담을 만나고, 서로를 사랑하게 되며 투병중인 환자가 아닌 딱 그 나이때의 사랑에 빠진 소녀가 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함께 산이나 언덕에 놀러가고, 밤바다에서 속옷차림으로 뛰어들고, 또 데이트하는 그런 가장 평범하고도 소중한 일들을 한다. 슬픈 일은 그 순간에도 테사는 조금씩 병세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절하거나 쓰러지는 일은 기본이고, 데이트 신청을 받고 준비하던 중 피를 쏟고 병원에 실려가는 일까지. 병은 테사를 기다려주지 않고 계속 제 갈 길을 걸어 갔다.


마지막 몇 순간들만을 남겨둔 테사는 이제 '보통의 삶'을 원한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게 계속될 일상에 대해. 남자친구와 함께 자고 일어나고, 아침을 먹고, 가족들과 함께 있는 그런 일상을 원한다. 병세는 점점 심각해졌다. 많이 먹지 못하고, 잠 자는 시간이 길어지고, 기력이 약해지고 그러다 의식이 나갔다 들어오기를 반복하다 끝내 의식이 사라졌다. 


테사의 병세가 심각하지 않았을 때 원했던 일들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가 원했던 일들 대부분이 공감되었다고 말하면 내가 너무 오만한 것일까.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되지" 라는 생각에 내 현실과 상황에 대한 분노와 반항심, 삐딱해지고 싶은 마음. 어떤 날은 막연하게 우울하고 또 어떤 날은 살인마에게 매순간 쫓기고 있는 듯한 두려움이 엄습하고, 그러다 그렇게 조금씩 받아들여가는. 여전히 죽음은 무섭지만 끝이 다가올수록 남겨질 사람들을 걱정하게 되는 마음까지. 나는 테사가 아니기에, 그리고 비슷한 경험을 해본적도 없기에 감히 그녀의 마음을 헤아릴수는 없지만 그녀의 말과 행동, 표정들을 통해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해 수용하고 받아들이기에 17살의 나이는 너무나도 어리다. 못해본 일도, 꿈도, 함께하고 싶은 사람도 너무 많을 그 나이에. 그럼에도 테사는 남겨질 사람들도 걱정한다. 아빠에게는 다시 일할 곳을 찾아보라고 하고, 남자친구인 아담에게는 대학에 입학하라고 한다. 삶은 계속 되는 것이니까. 자신이 죽고 난 뒤에도 남겨진 사람들은 계속 삶을 살아가야 하니까. 


한 때 '내일 당장 죽는다면?' 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내일 당장 내 삶이 끝난다면 오늘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이다. 만약 내일 당장 내가 죽는다면,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가장 솔직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글을 한 편 쓰고, 점심은 가족들과 함께 먹고 오후까지 함께 있다가 저녁은 가장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보낼 것이다. 그렇게 10시쯤이 되면 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갈 것이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고 싶은 나의 이기적인 바람이자 소망이다. 


상상만해도 눈물고이고, 억장이 무너지려는 이 고민을 테사는 병을 진단받은 4년 전부터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며 화학치료를 중단한 일부터 무면허운전, 원나잇스탠드, 마약 등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그럼에도 응원하고 싶었던 이유는 다시 오지 않을수도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나랑 데이트할래? 너 괜찮을 때 알려줘."
"Now is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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