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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Aug 15. 2019

사람이 아니라, 환상을 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 <업 포 러브(Up for Love)>를 보고.

'다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해도해도 모자라다. 우리가 자라고 살아온 많은 시간동안 다른 것은 나쁘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것일 뿐이라고 배웠지만, 실제로 나와 내 주변 사람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업 포 러브> 역시 다름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다름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 다름을 아는 것과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의 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금발인 게 화나요?

알렉산더가 디안에게 묻는 말이다. 그렇다. 태어나보니 금발인 것처럼, 뇌하수체에 이상이 있어 키가 클 수 없었던 알렉산더에게 키는 노력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범위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 역시 처음에는 화도 내고,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했겠지만 화를 내고 원망한다고 해서 키가 커지지는 않으니까.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저 키만 작을 뿐인데, 사람들은 아예 무시하거나 뚫어져라 바라보거나 둘 중 하나의 행동을 취한다. 그의 앞에서는 친구라고 말하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알렉산더를 소개시키지 않고, 알렉산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다가도 힘들고 지쳐 포기한다.


물론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한 그들의 잘못이 아니란 것을 안다. 하지만 알렉산더의 잘못 또한 아니다. 가장 큰 잘못은 우리가 여전히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알렉산더는 유능한 건축가에, 좋은 집과 차를 가지고 있고, 매너있고 이해심이 있는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가 어떤 사람인 것과 상관없이 매순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고 비웃음을 참아내고, 인신공격을 받아야한다. 단지 키만 작다는 이유로.


다름은 그저 다른 것일 뿐이라고,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것처럼 그저 키나 생김새, 겉모습이 다른 것일 뿐이라고 말해도 실제로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수도 있다. 사랑에 대한 환상, 이상형에 대한 환상, 평범에 대한 환상 등.


그건 당신 환상이죠.  

디안이 "사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잖아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알렉산더가 그 말을 끊고 말한다. 그것은 당신의 환상이라고. 이 말을 우리는 알아야한다. 연인, 사랑 등을 떠올리며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 그 이미지들은 사실 그 사람의 지극히 주관적인 환상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의 환상때문에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받을 수 있고, 그 사람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고, 그 자체만으로도 환상적인 일이다.

'사랑에 대한 환상'을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평범이라는 말로 포장된 환상을 사랑하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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