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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Aug 02. 2019

아동학대 신고 건수 그래프가 말해준 것.

영화 <어린의뢰인>을 보고. 두 번째 이야기.

영화에는 현실적인 대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릴 때 이웃주민이 "하.. 또 저러네 또"라고 말하는 장면,
가정방문이 끝난 후 상담사가 "어차피 우리는 수사권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라고 말하는 장면,
다빈이의 아빠가 정엽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하는 말 "다빈이 내 딸이야. 내하고 살 수밖에 없어" 등.

위의 대사들은 모두 법과 관련되어 있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수사권, 그리고 친권. 영화를 보면서 저런 대사들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따끔거렸다. 법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되어야하는데 여전히 그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2013년에 있었던 칠곡계모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그 때보다는 2019년인 지금 나아진 점들을 볼 수 있었다. 신고의무자가 확대된 점, 물론 아동학대 범죄는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의 뉴스기사들을 보면 이웃주민들이 조금씩 신고를 하고 있다는 점, 또 친권상실이 가능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가고 있는 점 등이 나아졌다. 하지만 아동학대 범죄 증가 건수에 비하면 긍정적인 변화는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7년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신고접수 총 건수는 34,169건이지만 실제 일반 상담건수는 2,951건으로, 나머지 30,923건은 아동학대 의심사례에 그쳤다. 매년 신고접수 건수와 의심사례는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상담건수는 큰 변화가 없다. 또한 2017년 피해아동 최종조치 결과를 보면 원가정보호가 80%가 넘고, 학대행위자 최종 조치 결과 역시 지속관찰이 61.8%로 대부분의 아동이 원가정으로 돌아가고, 학대행위자 역시 지켜볼 뿐 어떠한 처벌이나 친권상실이 이루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

영화에서도 나온 장면이지만, 처음 신고가 접수되고 상담사가 함께 집에 도착하여 몇 마디 말을 나눈 것이 전부였다. 아이들은 경찰관과 상담사가 돌아간 후 계모로부터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또 폭력에 시달려야했다. 이러한 법의 취약점 및 법의 허술한 점을 파고들어 여전히 아동학대는 증가하고 있지만, 신고되어도 처벌 되지 않고 오히려 더한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 속 정엽은 아동복지관의 센터장에게 다빈이의 이야기를 말한다. 하지만 그 역시 수사권이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아동복지관 등에는 아동학대가 일어났던 가정을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수사권은 오직 경찰에게만 있기 때문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보여도 경찰에게 알리고 협조요청을 하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렇게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학대를 당하고, 사망에 이르는 아동 역시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법으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법은 최소한 학대 행위자를 처벌하지 않고 지속관찰만으로 놓아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동이 원가정으로 돌아가고, 학대 행위자마저 지속관찰만으로 가정으로 복귀된다면 그 가정 안에서 학대가 또다시 반복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누가 한다는 말일까. 또한 친권상실을 가정법원에 신청하는 과정도 쉽지 않지만 친권자를 대신할 미성년후견인이 반드시 지정되어야 가능하다. 이 역시 원가정으로부터 아동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그래프를 보며, 이 그래프는 우리가 법을 계속 개정해야하는 이유인 동시에, 그렇게 해서 아동학대를 근절해나가야 한다는 다짐이 필요한 때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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