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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Sep 11. 2019

생리대 가격에 상한선을 둘 수는 없을까?

모든 여성은 사춘기가 되면 월경을 시작하게 됩니다. 평균 초경 연령은 13세로,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부터 평균 51세에 완경이 될 때까지 약 40여년동안 매달 월경을 하게 됩니다. 월경 중에 필요한 생리대 등의 각종 위생 용품은 여성으로 태어나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필수불가결한 용품들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저소득층이나 청소년, 노숙인 등의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에게 생리대와 같은 위생용품을 지원하는 일은 현 시점에서는 과한 일인 것이 분명합니다. 다만, 월경권을 보장해야된다는 사회의 움직임과 인식의 변화를 통해 생리대와 같은 위생용품들이 공공재로 인식되고, 안전성과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매매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생리대를 공공재로 여기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니다. 2013년, UN에서는 '월경의 위생 문제는 공공 보건 사안이자 인권 문제'라고 명시한 바 있고, 생리대에 면세 혜택을 제공하는 나라도 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여성단체들의 지속적인 요구로 2004년에 생리대에 붙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되었습니다. 하지만 판매 중 발생하는 부가세만 면제될 뿐 생산과 유통 과정에는 여전히 세금이 부과되고 있습니다. 생리대 가격 인상과 관련해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지만 바뀐 것은 없습니다. '깔창 생리대' 논란이 불거졌을 때에도 생리대 업체들은 원재료 값 상승으로 인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현재까지도 시중의 생리대 가격에 대한 법적 규제 수단은 부재한 상태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 1위인 유한킴벌리(화이트, 좋은느낌, 애니데이 등)의 경우 2010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신제품과 리뉴얼제품을 출시하면서 102차례에 걸쳐 제품 가격을 평균 8.4%, 최대 77.9% 인상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유한킴벌리 이외에도 통계청의 조사 결과, 2010년 7월 대비 2017년 7월 전체 소비자물가는 13.2% 올랐지만, 생리대값은 26.3% 상승했습니다. 국내 생리대(18개)의 평균 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입니다.

이에 2018년 생리대의 가격이 문제가 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된 적이 있습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제품이 다양해 비교하기 쉽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국내산 가격이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국산 생리대 1개의 평균 가격은 331원으로 일본·미국(181원), 프랑스(218원) 등보다 비싼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자료: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생리대의 안전성 역시 문제가 있었습니다. 2017년 소비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유한킴벌리 유해 생리대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 식약처가 "'50종의 VOCs(Volatile Organic Compounds·휘발성유기화합물)가 검출됐지만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피해 사례가 계속 쏟아지면서 소비자 3000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했었습니다. 이후로 2017년 국내 생리대 시장 57%에 달한 유한킴벌리의 점유율이 2018년 지난해 42.6%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유한킴벌리의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해 생리대 논란 이후 많은 소비자들은 유기농 생리대를 찾았지만 안전성이 높은 생리대는 가격역시 더욱 비싸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생리대 업계는 국내 제품 가격이 무조건 높은 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인건비 상승, 신기술 개발 등이 복합적 요인이 가격 인상의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물가 상승이나 인건비, 신기술 개발 등으로 인해 가격이 오를 수는 있지만, 위의 통계에서 보다시피 7년동안 102차례에 걸쳐 평균 8.4%씩 인상하거나, 7년 동안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두 배를 인상한 것은 상한선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 통계자료라고 생각합니다.



생리의 양이 많은 날 혹은 아무래도 양이 조금 더 많은 어린 나이일 수록 생리대 가격은 부담됩니다. 피부가 짓무르거나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하루동안 2~3시간 만에 한 번씩은 교체하는 게 여러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길입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하루에 6~7개 이상의 생리대를 사용하게 되는데, 저소득층 혹은 생리대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가격 부담으로 인해 충분히 교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이 생리대와 같은 위생용품이 공공재로 인식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공공재로 두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 및 병원을 공공재로 인식하듯이 생리를 하는 사람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생리대와 같은 위생용품을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전성이 보장되고, 상한선을 정해둔 가격 범위 내에서 생리대를 구입하여 건강하게 생리할 수 있는 일이 권리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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