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사이 Nov 30. 2019

스토킹은 구애행위가 아니라 범죄입니다.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신림동 cctv 사건'은 19년 5월 28일 오전 6시 20분, 신림동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쫓아간 뒤 여성의 집에 들어가려 하고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문을 잡거나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아내려는 등 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경찰은 애초 주거침입으로 조씨를 체포했으나 강간미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 검찰 또한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를 하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거 침입은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강간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을 가한 정황이 입증되지 않았기에 실행에 착수했다는 직접, 객관적 증거로 보기 어렵다며 끝내 강간미수는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1심 재판부에서는 징역 1년으로 선고를 내렸다.


재판부에서 말하는 실행에 착수했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모르는 사람이 피해여성의 집까지 뒤쫓아왔다. 앞에서 걷는 여성의 걸음이 빨라지면 빨리 걸었을 것이고,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어도 계속 따라오며 결국 집까지 따라갔다. 그것만도 모자라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갈 것처럼 행동하고 협박한 일들이 모두 실행에 착수한 것이 아니라면 어디서 부터 강간미수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일까.



먼저 스토킹이란 타인으로 하여금 공격을 당하거나 살해가 될 위협을 느끼게 할 정도로 남을 쫓아다니는 것으로, 엄연히 폭력행위 중의 하나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1월~6월 사이에만 2,624건의 스토킹 관련 신고가 접수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스토킹 방지법'이 없다. 유일하게 지속적인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으로 분류돼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5만원 미만 과료형으로 처벌되는데, 전과기록도 남지않고, 겨우 10만원을 내면 끝이다. 처벌이 10만원을 내면 끝인 것도 문제지만, 이후 신고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여성을 찾아가 범죄를 저지른다면 접근금지조차 내릴 근거법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안전은 어떻게 보호해줄 수 있을까. 또한 이 법은 지속적인 괴롭힘이라고 정의되어 있기에 위 사건처럼 처음 보는 사람이 따라온 경우 이 법에 근거하여 처벌받을 수도 없다. 


위 사건에서 말을 걸기 위해 따라 갔다는 가해자의 말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다는 재판부의 입장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는 스토킹을 범죄로 보지 않는다. 20년째 제자리걸음인 스토킹 제정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가 '스토킹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고 한다. 법을 쉽게 제정할 수는 없겠지만, 위 사건처럼 처음보는 사람 뒤를 쫓아가는 행동은 여지없이 스토킹에 포함시켜야 되지 않을까. 말을 걸기 위한 목적이었으면 뒤쫓을 시간에 말을 걸고 가면 될 일 이었는데 집까지 뒤따라가서 문을 열려고 하는 행동, 문 앞을 서성이는 행동은 위협을 주는 폭력행위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공포심과 위협을 느끼고 일상생활의 자유를 빼앗기지만, 가해자는 스토킹으로도 강간미수로도 처벌받지 않는다.



누군가를 따라간다는 것은 어떤 목적이 있기에 따라가는 것이다. 그 목적이 성범죄와 관련이 있든, 폭행, 살인, 유괴 등의 목적이든 스토킹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스토킹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 위험이 13%나 높고, 스토킹 피해자의 강력범죄 피해 위험이 30%나 높은 통계가 그 근거다. 성범죄, 폭행, 살인, 유괴 등의 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어야 하겠지만, 애초에 뒤따라가는 행동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스토킹 방지법이 꼭 필요하다. 


지금까지 피해를 당했던 피해자들에 대해 '어느 시간에, 어느 곳을, 어떤 차림으로 걸었다'는 등의 2차, 3차 가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그리고 여전히 당고 있는 스토킹의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 보복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접근금지 명령, 뒤따라오는 것뿐만 아니라 사이버 스토킹, 전화, 문자 등을 이용한 각종 수법을 이용한 포괄적인 스토킹 범죄에 대해 범죄가 계속 발생하지 않도록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는 것이야말로 더 많은 피해를 낳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많이 변했다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