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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Nov 15. 2019

많이 변했다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젠더갈등이 한참이라 여혐이라고 하면 여성을 싫어한다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사실 여성에 대한 혐오는 여성을 차별하고 멸시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여성 성폭력 피해의 29%가 11세 이전에 50%가 18세 이전에 일어나고, 최근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을 비롯한 강간, 스토킹 등의 성범죄, 불법촬영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 성매매, 직장내 성희롱, 가정폭력을 비롯한 폭력, 경력단절, 유리천장, 임금차이 그리고 그 속에 자리한 수많은 차별과 여성에 대한 혐오로 인한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 신체적, 성적인 부분부터 사회경제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여성은 차별받고 멸시당하고 있다. 


나는 어떤 성별인 것이 특권이 되지 않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여기서 말하는 특권은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성애자가 많은 사회에서 이성애자가 누리는 것이 특권인 것처럼, 해당 범주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즉, 남성의 범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주변 남성들로부터 "여자가 왜 이렇게 늦게 다녀"라는 말을 듣거나, 남성에게 강간당할까봐 무서워서 단정한 옷을 입고 다녀야 하거나, "여자가 벌어봤자 얼마나 벌겠어" 등의 말을 들어본적 있기에,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 남성은 성별에 의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여자 혹은 남자로 태어나는 일은 누가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닌, 50:50 확률을 가진 랜덤일 뿐인데도 겪어야 하는 일은 너무나도 다르다. 그래서 어떤 성별로 태어나도 혹은 어떤 성별이 되어도 상관없는, 특권이 없어진 성평등한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생각하다가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만약 일직선 상에 여성혐오로 인한 범죄 혹은 악습을 최악적인 일부터 가장 성평등한 일까지 쭉 나열해 본다면 현재, 대한민국은 과연 어디쯤일까. 


어떠한 정해진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범죄부터 사회문제를 거쳐 개인과 가정에 이르는 사적영역의 문제들까지 해결하고 변화시킬수록 성평등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하고 나는 생각했다.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다. 시대, 지역, 국가를 초월하여 여성에 대한 혐오는 있어왔고, 지금도 있다.

여성을 멸시하는 가장 충격적인 악습 중 하나인 할례는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여성 음핵의 일부 혹은 전부를 자르는 일로, 여성의 성적 욕망이나 성행위를 통제해야한다는 신념에 의해 오래전부터 행해졌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10세~27세 사이에 있는 7,000만 명의 소녀와 여성들이 지금도 할례를 하고 있다.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 말도 안되는 신념에 의해 진행되는 할례때문에 10살이 채 되지 않은, 혹은 갓 10살을 넘긴 여자아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겪을 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부작용을 겪기도 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할례뿐만 아니다. 인류의 역사내내 여성의 쾌락은 통제되고 '정조'를 지켜야 했지만, 쾌락을 느끼는 남성에 의해 강간당해야 했으며 어느 나라든 전쟁중에는 여성을 성노예로 삼았다. 이후 수치심과 비난 마저도 여성이 감당해야하는 이 일들은 문화라고 부를 가치도 없는 범죄이자 여성혐오다.


또한 유리천장, 대나무천장 등 여혐이 없을 것같은 프랑스에도 여전히 여혐이 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프랑스 여성언론인협회 회장은 “프랑스가 성평등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는데,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여성 의원 비율을 정해놓은 법이 있어도 벌금을 내면서 버티는 정당이 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기사와 칼럼·사설 등 오피니언을 쓰는 이들 가운데 여성은 12.5%에 불과하고, 저녁 6~8시 방송 프라임타임에 출연자 중 여성 비율은 29%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많이 변해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혹은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제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성차별을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겪고 있고, 이로 인한 문제들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변화에 안주하거나 만족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가 중요하지 않은 세상이 오길 누구보다 간절히 바란다. 내가 여성 혹은 남성인 것이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제약이 따르지 않는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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