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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Oct 29. 2019

불법이 불법으로 와닿지 않는, 지금의 아동성범죄 처벌

손 씨가 2015년 개설한 '웰컴 투 비디오' 웹사이트는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 중 하나로, 10세 전후 아동 뿐 아니라 만 2~3세의 유아가 성인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영상 등 25만 건의 아동 포르노가 여기서 유통되었다. 하지만 처벌 형량은 천지차이였다. 이용자인 외국인들의 처벌 형량을 먼저 살펴보면 사이트 회원이었던 미국인 제임스 다오생은 징역 97개월(약 8년)과 보호관찰 20년, 아동 포르노를 소지했던 마이클 암스트롱은 징역 5년과 보호관찰 5년, 그리고 음란물을 배포하고 실제로 아동 성착취를 한 영국인 카일 폭스는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한국의 재판부는 사이트의 모든 음란물을 손 씨가 올린 것이 아니라 회원이 직접 올린 것도 있다는 점, 피고인의 나이가 어리고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들어 손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후 검사의 항소로 진행된 2심 재판부는 손 씨가 처음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아동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점, 여성가족부의 '성범죄 알림e' 앱을 내려받는 등 사건 범행의 위법성을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1심의 선고는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손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아동 청소년 기관 취업 제한 5년을 선고했다.


운영자인 손씨를 제외하고 사이트 이용자 중 적발된 310명, 그 중에서 228명 즉 약 73%가 한국인이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개별적으로 진행되었는데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되었고, 몇몇 아동음란물 대량 다운로드 이용자는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했으나 모두 집행유예로 끝났다.


특히 손 씨는 사이트에 암호화 기술을 적용해 기존 영상과 겹치지 않는 것을 올리는 회원에게만 포인트를 지급했다. 이는 새로운 아동 포르노의 생산을 독려하는 구조가 되어, 실제로 사이트 회원들에 의해 영국, 미국, 스페인 등지에서 성 착취를 당하던 아동 23명이 구출되기도 했다.


이렇게 웹 사이트를 만들어 아동 포르노를 올리고 유포할 수 있는 환경과 구조를 만든 손씨 사건 이외에도 한국에서는 수많은 아동청소년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9년 3월에도 아동음란물을 46차례 판매한 28세 남성이 실형을 면했고, 국내 채팅앱에서는 아동청소년 포르노가 100개당 1만 5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사람들은 아동청소년들에게 SNS로 접근해 친밀감을 형성한 뒤, 음란물 촬영을 요구하는 수법(그루밍 성범죄)으로 영상을 취득하고 있다.



어른이 아동청소년을 보호해주지는 못할 망정 아동청소년을 이용해서 자신의 잘못된 성적욕구를 해소하고, 누군가는 그를 이용해 돈을 벌고 즐기고 있다.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아동청소년 포르노의 확산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허락과도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불법인 것을 몰라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들 그렇게 하니까', 불법이 불법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사이트를 단속하거나 없애고, 그 중 적발된 운영자에게 겨우 징역 1~2년, 이용자에게는 벌금과 집행유예에 그치는 처벌을 내리는 것이 진정으로 범죄자들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일까. 사이트를 단속하면 손 씨처럼 다크웹을 이용하거나 혹은 사이트가 아닌 오픈채팅방이나 다른 SNS를 이용하여 음란물을 유포하고 공유하면 그만이다. 단순히 사이트를 단속하는 것은 음란물을 유포하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훨씬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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