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사이 Oct 22. 2019

자신이 내뱉는 말의 무게를 모르는 사람들.

악플러에게 악플을 달고 싶다는 생각.

며칠 전인 19년 10월 14일, 가수 겸 배우로 활동했던 연예인 설리가 사망했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설리는 줄곧 악성댓글에 시달렸고 욕설과 비난섞인 명예훼손은 물론 도가 지나친 인신공격, 성희롱으로 인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사를 읽으며 안 사실이지만 설리는 지난 2014년에 악성댓글과 루머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며 활동을 중단한 적도 있었다.


나는 내가 살면서 만나는 몇몇 사람들로부터 받는 비난이나 좋지 않은 시선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누군지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말을 들으며 사는 일은 가히 우울증을 불러일으킬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안타까웠다. 범법행위를 했거나 그에 가까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그저 '연예인'이라는 이유가 비판이 아닌 근거없는 루머와 인신공격을 넘어서는 악플을 참고 견뎌야 하는 직업인 것은 잘못된 일이니까.


사실 연예인뿐만 아니다. 사건사고 기사에 달린 댓글역시 마찬가지다. 아파트 화재 뉴스에 붙은 댓글이 '한파를 녹여줄 따듯한 기사^^'라거나 세 자매 자살 기사에 '안 그래도 인구 너무 많았는데ㅎㅎ' 등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댓글이 넘쳐난다. 심지어 태풍이나 지진 등 재난재해 기사에도 충격적인 댓글들은 많다. 특히 우리나라와 사이가 좋지 않은 국가에 어떤 재난재해가 있었다거나 어떤 사고가 있었다면 그에 달리는 댓글은 그 나라에 대한 저주가득한 말들이다.


댓글뿐만 아니라 기사들도 자극적인 제목을 쓴다. 이제는 그런 댓글과 기사들을 보며 '왜? 이렇게 말을 할까' 궁금하지도 않고, 또 이해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무시하고 지나치기에는 이미 도를 넘었다. 나 역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댓글은 신고하기 버튼을 누르고, 싫어요 버튼을 누르고, 때로는 악플에 잘못되었다 대댓글을 달기도 하지만 아무리봐도 부족했다. 신고하기 버튼을 눌러도 어떤 류의 신고인지 클릭한번이면 신고가 접수되고 끝이었다.


"드립을 치고 그 드립이 성공해서 추천되는 것이 재밌다"고 어느 한 악플러가 말한 적이 있다. 정말 무심코, 장난삼아 던진 돌에 개구리가 아니, 사람이 맞아 죽었다.


죄는 지어놓고 처벌은 받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고소장을 접수하고, 자신을 찾아내면 그제서야 선처해달라고 되레 호소하는 사람들. 자신이 뱉은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들릴 지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런 말을 적어 놓았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뭐 어때'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폭력이 될 수 있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는 사람들. 한 사람이 죽었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그 사람의 죽음 이후에도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근거없는 악성 댓글을 일삼았다.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을 욕할 권리는 없다.


이에 설리의 사망 이후 악플금지법인 '설리법'을 제정해야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설리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고, 또 몇몇 연예인들과 연예인 단체는 악플러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고소장을 접수하는 등 악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


법뿐만 아니라, 아이스 버킷 챌린지처럼 악플을 캡쳐해서 본인의 SNS에 올리는 등의 캠페인을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가봐도 상처가 될 댓글을 드립이라며 달거나 욕설과 인신공격을 일삼는 악플러에게 악플을 달고 싶은 요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힘의 불균형과 사회의 불균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