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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Jan 09. 2020

그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을 함부로 할 권리는 없습니다.

차별과 혐오가 여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OO이 혹독한 다이어트로~ 몇 kg감량, 각선미, (갈비뼈가 드러나는) 개미허리, 아동복 사이즈의 무대의상, (연말연초에는) 올해 몇 세가 되는 OO, 비주얼로 눈 정화시켜주는 OO 등은 우리가 기사 혹은 광고에서 흔히 접하는 말들이다. 그리고 동시에 성상품화와 성적대상화이다.


우선 이론적으로 성적 대상화는 대상화 이론에 기반한 것인데, 한 개인이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자신보다 사회적, 정치적, 신체적으로 약한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인격이나 감정이 부재한 물건처럼 취급하는 현상이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결합되어 여성혐오를 고착화시켰는데, 성적대상화 역시 그런 문제들 중 하나이다.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상품화)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불받는 자본주의체제와 이중적인 가부장제 성윤리(어머니로서의 여성과 성적인 대상으로서의 여성) 그리고 미디어의 발전은 '성'마저 상품화시켜 꾸준히 소비하고 있다. 미디어 속에서 대중으로부터 소비되고 평가받는 아이돌, 배우, 모델 등의 직업군에서 성별에 관계없이 성적대상화되고 성상품화가 이루어지는데, 문제는 여성의 경우 직업과 관련없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계속 성적대상화되고 상품화되어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가부장제로부터 비롯된 성적 대상화와 성적 고정관념은 남성과 여성 모두를 옥죄이고 있다. 여성의 성에 대한 대상화와 고정관념뿐만 아니라 상남자나 짐승남과 같은 '맨박스'라고 불리는 남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고정관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고정관념으로 인한 문제가 더욱 심각한 이유는 가부장제 아래에서 각 성별에 따른 특성에 대해 사회적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섹시함'이라는 특성도 남성에게는 박력남, 짐승남처럼 드러내도 좋다는 분위기가 훨씬 강한 반면 여성에게는 감추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성의 가슴을 감추기 위한 속옷, 노브라가 그 예시다. 브래지어의 기원은 악세서리였으며, 착용여부는 개인의 자유이고, 여성의 건강권에 있어서도 착용하지 않을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그러나 여성 연예인 故 설리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사진을 SNS에 올림으로 인해 악플과 성희롱에 시달려야 했고, 몇 년 전부터 와이어리스 브래지어가 출시될 정도로 와이어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말하지만 여전히 노브라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반바지를 입거나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남성을 불법촬영하여 올리는 사이트는 극히 적다. 꾸미거나 잘 생기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라는 말을 쓰지도 않는다. 그러나 여성에 대해서는 아니다. 다이어트와 성형, 다이어트 보조제 및 성형 광고, 거식증과 프로아나족 등의 식이장애를 유발할 정도로 '예쁨'을 강요하는 일부터 아동청소년 음란물, 여중생, 여고생 불법촬영, 길이나 지하철, 직장 내에서의 성희롱과 성추행, 스토커, 강간, 성관계 시 불법촬영, 데이트 폭력, 스텔싱(여성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콘돔을 착용하지 않는 일) 등의 수많은 범죄들은 모두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맞닿아있고 가벼운 처벌과 차별이나 혐오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부재는 이를 갈수록 악순환시키고 있다.



설리의 죽음 이후 악플문제에 대한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며 '악플방지법(최진리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나 역시 악플방지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해결방법으로 인터넷을 실명제나 댓글창을 없애는 일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익명에 기대어 할 수 있는 발언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실명제로 전환하는 일은 외려 익명에 기 발언들을 막을 뿐이다. 댓글창을 없앤다면 악플과 혐오표현들의 집합소는 없어질 수 있지만 정당한 비판까지 막을 수 있으며, 댓글을 달지 않더라도 다른 게시물들을 통해 혐오발언을 하게 될 것이기에 그 역시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가장 좋은 방안은 차별과 혐오표현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댓글창에서든 게시물에서든 도가 지나친 차별 혹은 혐오표현은 신고를 하고, 댓글이나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을 넘어서 그에 대해 실질적인 즉 법적인 경고와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온라인 상에서의 글이고 표현이라고 해도,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온라인 상에서의 표현이나 개인의 자유라는 말로 이해될 수 없다. 충분히 제재가 필요하다.


그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을 함부 욕해도 될 권리는 없다. 성적 대상화하여 소비할 권리도, 성범죄를 저지를 자격도, 인신공격을 일삼으며 모욕할 권리도 없다. 이 일이 차별과 혐오표현에 대한 합의 중에서도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최소한의 하한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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