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사이 Jan 15. 2020

'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합니다

'하지 않을' 자유가 없는 선택은 강제와 같습니다.

노브래지어라고 하면 이제는 대부분 탈코르셋을 떠올린다. 코르셋은 몸매가 날씬하게 보이도록 상반신을 꽉 조이는 보정 속옷을 말하는데, 몸에 꽉 조이는 보정속옷처럼 여성을 꽉 조이고 있는 짙은 화장이나 렌즈, 긴 생머리, 과도한 다이어트, 그리고 브래지어 등을 거부함으로써, 사회에서 '여성스럽다'라고 규정해 온 것들을 거부하는 움직임이다.


그 중 브래지어는 기원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 로마 시대와 이후 르네상스 시대, 그리고 지금과 유사한 브래지어 모양이 나왔던 1900년대에도 브래지어는 가슴을 강조하기 위한 액세서리였다. 브래지어는 가슴을 억압하고, 감추기 위한 옷이 아니라 가슴을 강조하기 위한 보정 속옷이었다. 그래서인지 외국에서는 브래지어의 착용을 당연하게 여기지도, 브라 리스를 두고 혐오를 하지도 않는다. 크롭티를 입거나 반바지를 입은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유명인이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것이 논란이 되고, 일반인들 역시 주변으로부터 비난 혹은 성희롱을 듣는다면 착용하지 않는 일이 더 힘들다. 브래지어가 개인의 선택이 아닌 '당연히' 착용해야 되는 것 즉 사회의 규범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규범의 이탈로 여겨진다. 그래서 '논란'이라는 단어를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의 규범으로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여성의 가슴에 대한 통제나 억압을 말하는 사회적인 측면이 아니라, 여성의 건강을 위해서 브래지어는 착용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브래지어를 착용해야 가슴의 탄력이 상승하고, 가슴선이 교정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프랑스 브장송 대학병원 Jean-Denis Rouillon 스포츠 과학 교수팀은 15년 동안 18~35세 여성 320명을 연구한 결과, 브래지어를 입지 않은 여성이 브래지어를 사용하는 여성보다 유두 높이가 평균 7mm가량 더 높았다고 발표하며, 논문에서 '유방은 대부분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브래지어를 입으면 이를 감싸는 근육을 약화시켜 더 쉽게 쳐지게 한다'라고 서술했다.


또한 많은 연구들로부터 브래지어의 건강상 문제점이 제기되어왔는데, 소화장애, 변비, 혈액순환, 피부염, 호흡곤란과 각종 통증, 림프 순환기능 저하, 그리고 유방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건강에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이유는 단연코 다른 사람들의 시선때문이다.  노브라는 사회적 규범의 일종으로 여겨지고 있, 이를 벗어날 경우 여전히 비난 성희롱이 뒤따다.


여성의 가슴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일삼는 사람들과 타인의 몸을 유심히 보거나, 흘깃거리고 훑으며, 비난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듯이 행동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을 보면서, 어떤 선택을 함에 있어서 '하지 않아도 될 자유'가 보장되어야 진정 자유가 보장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 않을 수 있는데 한 것과 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한 것은 다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그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을 함부로 할 권리는 없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