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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사이 Jan 23. 2020

이혼을 하더라도, 양육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입니다.

이혼을 할 때 양육권 다툼이라는 말을 쓴다. 법적으로 미성년인 자녀를 누가 돌볼지 결정하는 과정인데, 이때 양육권을 서로 주장하며 재판하다보니 양육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굳이 양육을 선택할 수 있다고 표현한다면, 양육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에 대해 고민할 때, 그 단 한 번 뿐이어야 한다. 만약 그 고민끝에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고, 이후 아이를 낳아 키우다가 이혼을 하게 되었다면 부부의 이혼과 관계없이 아이는 두 사람 모두가 책임져야할 존재이다. 직접적으로 아이를 키우든, 간접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든.


그러나 불과 며칠 전(20년 1월 13일)에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아이의 아빠 이야기가 기사로 보도되었다. 양육비를 달라는 말에 '아이를 데리고 와서 구걸한다면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했다는 아이의 아빠. 법원은 이혼 당시인 5년 전, 위자료 3천만원과 매달 6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남편이 자신의 재산을 모두 타인 명의로 돌려놔 판결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되버렸다. 2년간의 이행 소송 끝에 이겼지만, 열흘 간 경찰서 구치소에 감치되고 이후 단 한 번의 양육비 지급 그걸로 끝이었다.


이 이야기는 몇몇 가정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부모 가정 가운데 단 한 번도 양육비를 못 받은 사람이 10명 가운데 7명꼴이고, 양육비 피해 아동이 100만명이다. 지금의 양육비 이행 과정은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던 중 20년 1월 14일, '배드 파더스'라는 사이트 관계자 구모 씨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배드 파더스'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양육비 미지급액 등을 인터넷상에 공개했고, 이로 인해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름과 사진, 양육비 미지급 사실, 거주지, 직장 등 정보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에 해당하며, 피해자 개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볼 수 없고, 이들에게 확인절차도 없이 과다한 개인정보를 공개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의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어 양 측의 주장을 청취한 배심원 7명 전원 무죄 평결을 내렸고, 재판부 역시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피고인은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며 다행히도 무죄라 판결했다.



아이는 직간접적으로 양육하는 부모의 책임이며 국가는 이를 보조할 책임이 있다. 유엔아동권리 협약 27조에 의거하면 양육비 미지급을 아동학대로 보는데, 이에 따라 OECD 회원국 총 36개국 중 35개국에서 이 협약에 근거하여 최소 벌금, 영국의 운전면허 취소부터 미국의 경우 최대 14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제대로된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법안들은 발의되었지만 통과되지 못했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에 대해 여전히 강제력이나 처벌이 없다.


'배드 파더스' 사이트 관계자 구모 씨를 기소한 검찰은 피해자 개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공적 관심 사안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잘못된 말이지만, 지금까지 미지급시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수도 있다. 그러나 양육비 피해 아동이 100만 명이 넘고, 그 아동들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인 양육비 지급은 공적인 관심 사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과 무죄 판결은 양육비 미지급이 더 이상 사적인 문제가 아님을 공고히 하는 역할이 되어, 양육비 미지급을 더 이상 개인간의 채무 문제나 사적인 일이라 침묵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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